매일신문

주간데스크-속들 좀 차립시다

6.25가 휩쓸고간 터 위에서 아이들은 곧잘 공허한 입씨름으로 긴 해를 보내곤 했다.그것은 미국과 소련이 붙으면 어디가 이기겠느냐, 이주사댁이 잘 사느냐 김서방집이 더 부자냐 따위의 힘을 주제로한 이야기들이었다.전쟁후 즐길 오락도 없었지만 신물이 날 정도로 고생한 전쟁에대한 공포가이런식으로 표출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논쟁은 귀동냥한 지식과 상상력의 차이로 엉뚱한 결론이 나곤 했지만 전쟁놀이와 함께 오랫동안 아이들의 놀이감이 되어왔다.

삶의 막다른 벼랑에 세워진 어른들도 지면 끝장이라는 투혼으로 한세상을 살아왔으며 아이들의 치졸한 비교론과 본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어떻게보면 전의로 설명될 수 있는 이 풍토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되었고 때로는 위정자들에의해 경제적, 군사적으로 북한을 제압하는 동기부여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민족에대한 상처는 물론 아이들에게서 소중한 동심을 앗아간(김일성은 사람꼭두각시 만드는 데는 이골이 났지만) 김일성은 북한주민의 인간성 박탈위에기묘한 왕조를 건설하는 한가지 재주만 보여준채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안이한 생각들**

전쟁이 종식된후 많은 세월이 흐르고 어느정도 먹고 살게되면서 우리는 지나쳐버린 어두운 기억들을 쉽게 지워가고있다. 그중에는 민족의 정기를 걸고 해결해야할 부분들도 포함된다.

전쟁이 또 일어나겠는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사회주의의 몰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북한이라고 별 수 있느냐, 대략 마음편하게 생각하고 북한의실상을 냉정히 보는 눈들이 무디어지고 있다.

얼마전 꼭 전쟁이 날것같은 분위기에서도 국민, 관계당국은 애써 낙관쪽을택하는 듯했다.

혹자는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해 한점 흔들림이 없었다고 해석하기도 했고 국민들의 희박한 안보의식을 개탄하기도했다. 옳은 이야기들이다. 흔들려서도안되고 그렇다고 총부리가 시퍼런데도 설마만 찾고 앉아있어서도 안될것이다.아직 우리가 더 강한가, 북한의 힘이 어떠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당국뿐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서울은 불바다}운운하는게 저들의 공갈만은 아니다. 그들은 핵을 우리에게겨냥하고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수없는 존재들인데도 우리는 너무 무감각한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할것이다.

요즘 북한은 섬뜩한 광경을 연출하고있다. 김일성 동상앞 조문객들의 행태가그것이다. 하긴 그 꼴을 보고도 조문운운 하고있으니 그들만 나무랄수도 없을 노릇이다.

북한은 이와중에서 김정일에게 권력을 승계하는 왕조승계작업이 한창인 모양이고 상중에도 저희들 입맛따라 우리욕 할것 다하고있다.

그런데 가관인것은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대학구내에 분향소가 차려지고 애도문이 나붙는가하면 조문을 가네 마네 야단들이다.한술더떠 군비상체제에 대한 시비까지 붙는 판이다.

과연 민주주의 국가요, 자기생각을 마음대로 표현할수 있으니 좋은 나라다.이래도 되는것일까.

세계의 문제아로 유명했던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새삼 할것도 없고 제나라하는 일엔 그렇게도 똑똑하게 따지는 사람들이 북한일에는 성인군자가 되고막말로 눈뜬장님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단결된 모습 보일때**

나를 알고 적을알면 백전백승이란 손자의 경구가 아니더라도 저쪽사정은 깜깜절벽인데 우리는 오장육부까지 뒤집어보이는 판이니 정상회담 연기가 오히려 다행스럽단 생각이 든다.

국가 중대사가 생기면 말을 아끼고 신중해야하는것쯤은 삼척동자라도 알터이고 자기생각에 앞서 국익과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 국민의 도리일 것이다.

또 이북이 강경책을 쓰면 꼭 전쟁이라도 날것처럼 수선을 떨고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 있는대로 풀어져 갈팡질팡 끌려다니는 줏대없는 태도들도 고쳐야할것이다.

언젠가 열릴 정상회담에서 당당할수 있는 유일한 것은 무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단결된 모습이다.

속 좀 차리고 우리 스스로가 귀중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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