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 세대교체

북한은 {제2대 수령} 김정일시대를 맞아 조심스럽게 지도부의 세대교체를추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김일성광장에서 20일 열린 김일성추도대회에서 {김정일의 위임에 의해} 가장먼저 등단, 추도사를 한 인물은 노동당 정치국원인 김영남부총리겸 외교부장.장의위원 서열 8위인 그는 당과 정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함으로써 김일성이 없는 북한에서 요직을 차지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군의 대표로 서열 78위인 김광진인민무력부 부부장이 추도사를 한 점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영남과 김광진은 각각 69세와 67세로 이른바 혁명 1세대와 혁명 2세대를연결하는 {연결세대}에 속한다.

서열 3위인 강성산정무원총리를 제외하고 오진우인민무력부장과 이종옥 박성철부주석등 2위부터 7위까지 포진해 있는 혁명 1세대는 {김정일의 위임}을받지 못한 셈이다.

김일성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그의 분신처럼 여겨졌던 혁명 1세대 원로는 서서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정중동}의 외양을 띠고 있는 평양권부의 치열한 물밑 흐름을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권력이양에 따른 인물교체는 김정일 자신의 권력장악정도와 형식에의해 그 폭과 속도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속단할 수만은 없는 수많은변수를 지니고 있다.

다만 그동안 조문광경등에서 이따금씩 비쳐지는 인물들의 면면이나 김정일과의 근거리정도를 토대로 볼때 혁명 1세대의 점진적 퇴진과 혁명2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실무형 테크노크라트들의 부상이 점쳐진다는 것이 북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우선 북한경제의 정책기조를 이끌어나갈 정점에 서있는 인물은 강성산총리(63).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모스크바대에서 유학한 혁명2세대의 대표주자. 지난84년 합영법을 주도했던 그는 오진우인민무력부장에 이어 서열 3위로 두만강개발사업의 토대를 마련한 개방파이다.

김달현전부총리(54)도 급부상이 점쳐지는 경제통. 지금은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책임비서로 전면에서 다소 밀려 있으나 얼마전 조문장면에서 김정일 뒤편에 서 있어 재기용이 유력시된다. 경제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보기드문인재라는 평. 서울에도 몇차례 방문,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합리적 개방론자다.

홍석형국가계획위원장도 빼놓을 수 없는 실무형 개방파. 김책제철소 책임비서에서 김달현의 뒤를 이어 일약 정무원 국가계획위원장겸 당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발탁됐다. 소설 {임꺽정}을 쓴 홍명희의 손자이자 북한사회과학원장을지낸 홍기문의 아들로 현장경험이 풍부해 이를 바탕으로 실리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 된다.

외교쪽에는 김일성 추도대회에서 이미 앞길을 보장받은 김영남외교부장을중심으로 한 현진용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의 출세에는 김정일의삼촌 김영주의 입김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쪽의 차세대 선두주자로는 철저한 {김정일맨}으로 분류되는 강석주외교부부부장(55)을 꼽을 수 있다. 강은 지난해 미국과의 1, 2차 고위급회담을진행하면서 회담결과를 김정일에 직보할 만큼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사망으로 북한과의 3단계회담이 중단되자 미국측 수석대표인 로버트갈루치 국무부차관보가 제네바의 북한대표부로 그를 직접 찾아가 위로한 것은북한 외교부내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도 어느정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분석된다.

군부에서는 한때 {군부의 황태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정일의 핵심측근오극렬 당작전부장(63)의 급부상이 주목거리.

지난 79년 오진우 인민무력부장과의 알력으로 오극렬이 인민군 총참모장직에서 물러났을 때 김정일은 아버지의 최측근인 오진우 대신 오극렬의 편을 들었을 정도로 그를 신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진우와 최광총참모장(76)등 빨치산 혁명 1세대를 대신해 인민무력부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분류된다. 김강환당군수부장(61)과 김두남전당군사부장(64)도 오극렬과 함께 군부내 혁명2세대 트로이카로 불리는 인물로 김정일체제하의 약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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