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에필로그 넷[그렇게 새처럼 먹고서 다섯, 여섯시간씩이나 어떻게 수업을 한대니?]어머니는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걱정을 달고 계셨다. 어떻게 나마저 바람처럼 집을 빠져 나가 버리면 어머니는 적막한 집안에서 하루 종일 아무하고도말을 주고 받는 법도 없이 지내시겠지. 그런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일도 해 줄 수 없는 스스로가 민망스러워 나는 자그마한 소리로 어머니를 걱정했다.

[사이사이 간식도 곧잘 먹는걸요. 요즘은 학교도 예전과 많이 달라져서 여교사들만 드나드는 휴게소가 있어서 거기서 빵 같은걸 나눠 먹기도 하거든요.어머니나 좀 더 많이 드시고 친구분들이랑도 만나고 그러세요. 전에 말한대로오늘 당장 노인 대학교에 등록도 하시구요. 게이트볼 치는 모임에라도 나가시든지요]

마치 내 말투가 아이에게 걱정 삼아 늘어 놓는 것처럼 여겨졌다. 어머니는얼른 어머니라는 권위를 되찾고 싶으신지 차조심 하라는 평범한 인사와 함께자신의 팔목을 내밀어 그다지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다시 강조하셨다.잠이 모자라 약간 어지러운듯 했지만 다른 어떤 날보다 마음만은 홀가분하였다. 밤새 내가 쓴 글 때문일까, 걸림돌을 치워 버린 것처럼 늘 내 마음속을차지하고 있던 혜수와 준수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들을 내보낸 것인지, 그들이 날 자유롭게 놓아 주기로 작정한 것인지. 전에 없이 수업도 재미가 있었다.

나는 까닭없이 빙그레 웃기도 하였고 아이들에게 슬쩍슬쩍 농담도 하였다.분필 가루를 씻어내기 위해 손을 씻으며 전에 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에게 동료 교사가 한마디 건네었을때에야 내가 그런 상태인 줄 겨우 알긴 했지만.

[김선생 무슨 좋은 일 있나 봐. 그러다가 날 잡는거 아냐?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옷차림도 몰라보게 달라졌고...]

그녀는 정말 신기한 일도 다 있다는 시늉이었다. 글쎄요, 애매하게 눙치면서도 여전히 싱글거리는 나에게 그녀는 지나가는 말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리며덧붙였다.

[아참, 김 선생한테 편지가 와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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