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여섯[내가 찾고 있는 그 모든 것이 내 마음 속에 깃들어 있다고 느끼면서도 나의흐느적거리는 걸음이 여지껏 멈춰지지 않는 게 스스로도 딱해. 측은해. 나는지금 히말라야에서도 똑같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어. 언니가 보고 있을 바로 그 해야. 절대란 것은 저런 해의 얼굴 같은 것이겠지. 난 여러가지에다 그절대란 이름을 붙여보고 있어. 절대자, 절대 자유, 절대 평화, 절대적인 사랑...]
혜수의 편지는 느닷없이 시작해서 느닷없이 끝을 맺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아닌 게 아니라 혜수가 말한 바로 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나는다 읽은 편지를 잘 접어 가방 속에넣고 따뜻한 홍차를 한잔 끓여 마시며 교무실안을 왔다 갔다 하였다. 동료 교사들이 죄다 퇴근한 교무실에 여린 어두움이 덮쳐왔다.
땅거미를 밟으며 길을 걸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나는 집으로 가는 버스를 몇번이나 놓치고 나서야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뚜렷하게 어떤 생각에골몰한 게 아닌데도 뭔가 특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도 여겨졌다.잿빛 베로 지은 남루한 옷에 바랑을 지고 검정고무신을 신었겠지. 틀림없이혼자일 거야. 나는 눈앞에 선명하게 혜수를 그려볼 수 있었다. 영우씨는 잘있을까, 혜수의 얼굴을 그리고 있자니 불현듯 그의 모습도 떠올랐다. 둘은정말 잘 어울리는 연인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발길이 혜수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찬 카페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이없게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이라는 이름의 그 카페는 없어진 채였다.대신 그 자리에는 패스트 푸드점이 들어서 있었다. 나는 혹시 내가 위치를잘못 짚었는가 하고 기웃거려 보다가 팔장을 끼고 {코메리카나}라는 국적불명의 간판을 노려 보았다. 그 자리가 틀림없었다. 혜수가 하염없이 영우씨를기다리던 그 카페.
투명한 유리문 안쪽은 턱없이 밝았다. 햄버거며 감자 튀김, 콜라 따위를 사먹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나는 이방인처럼 낯설게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시간은 그 큰 돛폭을 휘날리며 잘도 흘러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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