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의 나 역시 흔히 그 또래의 아이들이 갖기 십상인 가수나 탤런트같은연예인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왜 하필 흑백으로찍었을가 하는 아쉬움을 느끼며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그 사진을 내 사진첩 속에 가무려 두었더랬는데, 다른 것은 전혀 기억에 없지만 오직그 {중얼거림}만은 지금도 또렷이 떠오르기 때문이었다.-난 이걸루 공개할 꺼다.
나는 그것을 끼워넣으며 분명 그렇게 중얼거렸었다. 그 무렵, 텔레비전의 어느 채널에선 인기 스타를 한 사람씩 초대하여 어린 시절의 추억담과 함께 사진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이다.
[승혜야, 너 왜 내 사진을 네가 갖고 있니?]
그런데, 며칠 뒤 언니가 그 사진을 훔쳐보았던지 시뜻한 얼굴로 내게 따졌다.나는 아니라고 우겼지만 언니는 막무가내였다. 사진은 이미 언니의 사진첩속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파르르 성깔을 돋우며 한사코 그것을 꺼내려 했지만, 언니의 왁살스런 손아귀 힘을 당해낼 순 없었다.
마침 안방에서 신문을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우리의 다투는 소리를 듣고 들어오셨다. 그래서 우리는 아버지께 그 판결을 의뢰하게 되었다. 한참 사진을들여다보시던 아버지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글쎄다. 나도 분간 못하겠는걸. 코를 보면 승희 것 같고, 눈매를 보면 또승혜 것 같고...]
그런 판결이 어디 있느냐는 우리의 불평에 아버지는 이윽고 명쾌한 판결을내리셨다.
[이건 너희 둘 다야.그러니 내가 보관하마.]
그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안방사진첩 속에 안착한 그 사진은 지금껏 그속에 갇혀 있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리가 다시 그 사진을 보게된것은 불과 달포 전이었다. 그제나 이제나 사진 속의 소녀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지만,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언니도 그 사진을보자 눈물이 글썽해졌다. 얼마 전에 그 소녀가 자살해 죽었기 때문이었다.그 소녀가 한 마리 파랑새가 되어 훌쩍 날아가 버리던 날 새벽은, 겨울을 마감하는 흰눈이 뜬금없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소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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