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재처리 새 변수로

북한과 미국간 3단계 고위급회담 재개가 사흘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녕변의5MW원자로에서 빼낸 폐연료봉의 재처리여부가 회담의 성패를 가름할 {뜨거운감자}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북한은 오는 5일부터 재개되는 북.미 3단계회담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는 지키되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효화를 기도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측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북한핵개발 계획의 동결을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은 폐연료봉의 재처리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기술.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조만간 재처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우리정부는 인출한 핵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는 이를 금지하고 있는 한반도비핵화선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지난 5월 5MW원자로에서 인출, 현재 저장수조에 보관중인 폐연료봉의 경우 피복이 부식되고 있어 방사능 누출위험등을 고려할 때 이달안으로 재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미국측에 누차 강조해왔다.북한은 이러한 재처리 불가피 주장에 대해 미국측이 계속 난색을 표하자 지난달 자신들이 재처리는 하되 그 과정과 추출한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등 국제사회의 엄격한 통제하에 두겠다는 새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방사능 누출위험등 기술.안전상 문제로 재처리를 적절한 시기에 강행할수밖에 없지만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가 전혀 없는 만큼 재처리 과정을 국제사회에 공개하고 플루토늄만큼은 한점 의혹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한미 양국은 현재 이같은 북한의 새 제안이 노리는 의도를 분석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북한의 이 제안은 추출한 플루토늄을 국제사회의 통제하에 둠으로써 미국의이해가 걸려있는 NPT체제 유지에는 협조하는 대신, 미국이 핵재처리를 인정토록함으로써 핵재처리 금지를 명문화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무효화를 겨냥하는, 절묘한 노림수이기 때문이다.

현행 NPT에 따른 핵안전조치협정에는 NPT체약국이 핵재처리는 하되, 그 과정과추출한 플루토늄을 IAA의 철저한 통제하에 두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일례로일본도 동일한 사례에 속하며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따라서 클린턴행정부로서는 당장 시급한 NPT체제 유지와 올해 중간선거 대비등을 위해 북한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절박한 처지이기 때문에 이 제안에 다소 관심을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92년 1월20일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은 제1조와 3조에 남과북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고 각각 규정하고 있다.물론 북한이 지난 89년 5MW원자로의 일시 가동중단시 연료봉 일부를 꺼내방사화학실험실에서 재처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함으로써비핵화선언을 위반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때는 한미 양국이 재처리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과고위급회담에서 이를 공식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그 정치적 무게가 다르다고볼수 있다. 바로 여기에 한미 양국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 제안에 담긴 북한의 의도는 한마디로 북한 핵문제의 두 측면, 즉 국제적측면인 NPT체제 유지문제와 남북관계측면인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이행문제를 분리시켜 우선 NPT체제 유지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다시한번 폐연료봉 자체의 제3국 인도를 북측에 요청할 생각이지만 내심으로는 북측이 이를 사실상 거부한 만큼 실현성이 희박하다고보고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3단계회담을 가능한 한 신속히 진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미국및IAEA가 보유한 첨단보관기술을 북한에 제공, 폐연료봉의 재처리시한을 반년정도 유보하는 것을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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