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을주민 1명빼곤 모두 60세이상

경북 청도군 매전면 하평리 자연부락의 월촌마을.청도읍에서 30km가량 떨어진 청도군내의 골짜기 오지마을로 마을주민이라곤통틀어 13가구 26명이 전부다.

김해 김시가 절반을 넘는 이 마을은 그래서 모두가 한가족.예로부터 장수마을로 알려진 이 동네는 59세의 김현윤할아버지를 제외하고는모두가 60세를 넘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살고있다. 다른 마을에서는 늙은이만산다고 귀신마을이라고 우스개삼아 부르기도 한다.

이 마을 노인들은 농촌지방의 이농현상을 굳이 설명하지않더라도 이농을 체험적으로 잘 알고있다.

철이 들면서 농촌을 떠난 자식들이 명절에나 한번씩 찾아오지만 그렇게 섭섭할 것도 없고 이젠 이런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이 마을의 최연소자 김현윤할아버지는 회갑이 내일모레이지만 밥그릇으로 따져 막내라, 동네어른들 수발에 늘상 불려다닌다.

새벽 농삿일로 눈을 뜨면 [어르신네 밤새 안녕하십니까]하는 문안인사로 하루일과를 시작해 품앗이, 술상 밥상심부름은 물론 동네 잔일은 몽땅 김노인차지.

내일모레 회갑을 바라보지만 어른 대접이라곤 상상도 못해봤고, 아직까지[야야] [현윤아]로 불러주는 동네 어른들 말에 나이도 잊고 산다.새벽 농삿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침첫술도 뜨기전에 십중팔구 이웃어른들호출에 불려가 허드렛일을 거들고, 먹는둥 마는둥 숟가락놓기 바쁘게 바로 옆집에 혼자사는 22년 연상인 박수옹할아버지(81)의 아침상을 지어올려야한다.술도 한잔 쳐올리고 밥상을 치우고나면 다시 다른 이웃어른들의 호출이 으레껏 그를 기다린다.

[얘, 형광등 좀 고쳐라] [연탄불이 꺼졌으니 착화탄을 사오너라]그때부터 온갖 잔심부름과 농삿일로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어쩌다 마을에 길흉사가 생기면 그의 할일은 더 많아 질 수밖에 없다.[옛날 같으면 안방에 앉아 술상 밥상을 받을 나이지만 젊은이가 없으니 어쩔수 없지요] 그는 2년후 있을 회갑잔치도 마을 어른들에게 폐가 될까봐 아예생각을 안하고 있다. 다만 한번 떠난 농촌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문득 문득 섭섭하다. 오래전에 홀몸이 돼 고향의 혼자 삶이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김할아버지. 동네 어른들 뒷바라지가 귀찮을 수야 없지만 그의 걱정은앞으로에 있다. [죽기 전에 심부름하는 신세를 면할수는 없겠지만 나 죽고나면 우리마을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야] 그의 안타까운 표정에서 자식과 손자등이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농촌의 옛모습은 영영 없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읽는다.

(청도.김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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