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틀대는 {군국망령}

매년 광복절이 되면 우리는 지일과 극일을 외친다. 조국해방 49주년인 올해8.15도 어김없이 그랬다.그런데 {알아서 이겨내야 할} 바로 그 대상인 일본은, 전후 반세기를 앞둔{패전일}을 맞는 지금도 [태평양전쟁은 침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고강변한다. 그 뿐이 아니다. 한술 더떠 [아시아각국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덕분에 교육이 잘 돼 오늘날처럼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당당히 궤변을 늘어놓고있다. 이런 본말전도의 망발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위치를 굳혀가면 갈수록아마 더욱 심해질 것이다.

요즘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도쿄시내 야스쿠니신사(정국신사)는 추모인파로붐빈다. 침략전쟁 책임에 가장 진지한 태세를 취해온 사회당출신이 총리로있는 내각의 각료들이 법원의 위헌판결도 무시한 채 당당히 머리를 숙여 참배행렬에 나선다. 그들은 제2의 나가노(영야무문).사쿠라이(누정신)신세가 될까봐 내놓고 공언은 않지만, 혼네(본음=본심)는 틀림없이 일급전범들의 넋을 기리며 [어른들 잘 해내셨소, 고귀한 희생에 경의를 드리오]라고 중얼거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왜 침략전쟁이냐 구미각국은 뭐가 다르냐 승자니까큰소리 칠뿐이다. 우리도 피해자다]라고 외치는 일부 군국후예들의 망동에 무언의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낼 것이다.

그들은 과거미화와 력사망각증의 중증을 앓으면서도 {경제력에 맞는 정신력}에는 관심없이 {국력에 맞는 국제적 역할}을 주장하며, 비토권을 갖는 안보리상임이사국이 돼야한다고 큰소리친다. 유엔의 군사행동에 자위대가 참여해야 한다거나 내동적인 안보.방위정책 주장이 나오는 이면에도, 결코 죽지않는야심의 망령은 꿈틀댄다.

종군위안부를 비롯한 전후보상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부류들도 다름아니다. 그들은 {종군위안부는 자발적 돈벌이}였고, {공창}이었다는 억지밖에모른다. 미군이 진주하자 자신들이 저질렀던 것 처럼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자국여성들로 {위안알선 준비를 했던 당국}이었고 보면, 강제연행 위안부들을 자발적이라느니 공창이었다고 둘러대는 것도 가능한 일이다.8.15를 앞두고 매년 8월6일 히로시마, 그리고 9일 나가사키에서는 {평화기념식}이라는 피폭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각기 피해자와 유족등 5만여명과 2만5천여명이 모였고, 오랜만에 총리까지 참석해 엄숙한 위령행사가 진행됐다.TV중계등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반핵.반전의 {평화선언}이 선포되고, 흐느끼는 유족과 시민들의 모습에 보는 이들은 너나없이 숙연해진다.{역시 이 나라는 피해자였구나, 저렇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침략전쟁을 저지를 리가...}하는 동정적 심정이 되고만다.

그런데, 피폭당시 억울하게 죽어간 한국인 강제연행자들을 위해서는, 이 평화주의자들이 얼마나 깊은 위령의 아량을 보이고 있는가. 히로시마의 경우 죽은 20만명 가운데 2만명이 한국인이었다. 그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잠들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 넓은 원폭기념공원인 히로시마 평화공원내에는 피폭한국인을 위한 시설이 하나도 없다. 물론 살아있는 피폭자들도 외면하는 마당에 죽은 남의 나라 영혼까지 돌볼 여유는 더더욱 없는 게 당연할지 모르지만.평화공원을 벗어나 다리를 건넌 도노 한쪽 귀퉁이, 보일 듯 말듯한 구석에재일동포들이 지난70년에 겨우 세운 {한국인희생자 위령비}가 하나 서있을뿐이다. 비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공양도 제대로 받지못하고 그 영혼은오랫동안 구중을 헤매이고 있다가...} 지난6일 이 위령비 앞에는 뜻있는 몇몇일본학생들이 찾아와 꽃을 놓고 묵념을 하고 갔다. 그들이 놓고간 글에는{조선인차별 반대} {침략반성} {반핵.반전}등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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