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아형 냉전 해빙신호

일본은 핵문제를 둘러싼 미.북한간의 대화 진전을 동서 냉전 구조 붕괴가 가져온 {아시아형 냉전 종결}의 서막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인도차이나의 사회주의 또는 폐쇄적인독재체제 국가들이 최근 동남아 국가 연합(ASEAN)에 급격한 접근을 해오고있는 것처럼 {핵카드}를 앞세운 북한도 결국은 미국과의 제3라운드 회담을 통해 경제난을 어느정도 해결하면서 체제 유지를 위해 냉전 구조 종결의 물결을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일본은 받아들이고 있다.다시 말해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 국가인 북한이 해빙의 물결에 따라 지각 변동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함으로써 아시아도 오랜 냉전의 구각속에서 벗어나참다운 평화의 시대를 맞이 할 수 있는 기대를 갖게 해 주고 있다는 것이 일본의 전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의 화해 제스처가 한일 양국은 물론 아시아의 위협 요인이 되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핵카드}를흥정의 도구로 삼을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변신 움직임이일시적인 것은 아닌지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미.북한간의 대화 진전이 김일성의 뒤를 이어 받은 김정일 체제의 대화 노선계승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이는 앞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긴장완화에 연결되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북한 문제가 전개될 것이나 그렇지 못할경우에는 오히려 아시아의 냉전 구조가 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교섭에서 정치.경제 관계의완전정상화를 위해 쌍방의 수도에 외교 대표부를 설치할 용의가 있다는 점과경수노 전환을 위한 지원 용의에 합의한 것을 가장 큰수확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오는 9월부터 속개될 전문가협상에서도 이의 실현을 위해 계속 노력할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 창구 마련이 김정일 체제의 안정된 유지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대미 협상만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관측이다.

9월에 재개될 미.북한 협상에 대한 일본의 최대 관심은 북한이 과거 핵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에 어떤태도를 보일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특별 사찰 수용 여부는 경수로 전환에 따른 일본의 지원과 직결되고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판단되면 다음으로 지난92년11월이래 중단되고 있는 일.북한 국교 정상화 협상의 재개에 관심을 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성공이 일.북한간의 외교적 현안을 보다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이어 대일교섭 창구를개방함으로써 한국을 수세적 입장에 몰아부치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들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국과 외교 창구를 성공적으로 마련하면서 국제 무대에등장할 경우 이의 존재가 아시아의 안보, 외교측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대수롭잖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같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핵개발 계획을 1백% 동결시키는 것이 가능할경우 북한은 한.미.일 등에 적극적인 경제 협력을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물론 체제존속을 위한 내부 단속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냉전 구조 당시와는 비교할수 없는 존재로 자리 잡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관계자들은 "북한은 최소한 향후 2년동안 국가의 존속을 위한 사활을 건 내부적인 투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일본은 북한의 국교정상화 교섭에 응하더라도 북한체제의 붕괴 여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될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외교적인 승인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또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개방 정책을 들고 나올 때는 한.미.일 3국과 중국은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개편이라는 차원에서도 현재 이상의 상호 관계 강화가 필요하게 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쿄의 한국 관계 소식통은 "일본은 미.북한 협상의 진전에 따라일본이 앞으로 북한 카드를 아시아의 군사, 외교등 기존 역학 구도의 변수로이용하며 한국의 통일 노력 등에 견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한국내에벌써부터 태동하고 있다"는 점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한국도 과거와 같은 냉전 논리로 일본을 대하는 자세를 버릴때가 됐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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