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종시 어머니의 죽음을 실감할 수 없었다. 엉겁결에 어머니를공원 묘지에 안장하고 돌아와서도 우리의 기분은 마찬가지였다. 꼭 어머니가빙긋이 웃으시며 안방에서 나오실 것만 같았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여상스레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았었다. 사실 나 안 죽었어. 너희들이 하도 이 엄마 속을 썩이니까 너희들 정신 좀 차리게 하려고 잠시 연극을 했을뿐이야. 이제 너희들, 엄마 소중한 줄 알겠지?-어머니도, 참.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는 법이 어딨어요? 아무리 연극이라도 그렇지요. 난 정말 어머니가 돌아가신 줄 알았잖아요. 얼마나 울었던지눈 부은 것 좀 보세요. (작은 오빠의 어리광)
-내 연기 솜씨 어땠냐. 그만하면 연극 배우로 나가도 손색 없겠지. 이래봬도대학 시절엔 연극 동아리의 리더였다구, 허허. (아빠의 능청)-사실 난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표시 안 내려고 목놓아 섧게 울면서 속으론얼마나 우스웠다고. 앞으로 승혜 너, 다시 봐야겠더라. 쬐끔한 기집애가 사흘날밤을, 그래,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잠 한숨 안 자고 그렇게 자지러지게울 수 있는 거니? (언니의 비아냥거림)
-에이, 드러워서. 남 계획 다 세워놓은 엠티도 못가게 확 재를 뿌려놓고선.또 누가 죽었다 그래 봐라. 아예 집구석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게. 에이, 기분 나빠서. (큰 오빠의 투덜거림)
-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우리 가족끼리만 무슨무슨 극단 같은 걸 만들어서 연극제 같은 데 나가보면 어떨까.틀림없이 대상을 받을 거야. 그렇지, 엄마? 에-, 그럼 우리 가족의 완벽한 연기 솜씨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애교덩어리 남승혜가 깜찍하고도 우아하게 노래 한마당 깔겠습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자장 노래에.... (나의 애교)
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똑, 나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나는 시치미 떼듯 얼른 눈물을 닦고 만년필에 잉크를 넣었다. 튜브의 누름쇠를 꼭꼭 누를 때마다 보글보글 거품 소리를 내며 들어가는 앙증스러움이 차츰 나의 들뜬 기분을 가라앉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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