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목탁소리

충무에서 배를 타고 남서쪽으로 한시간 정도 가노라면 섬 하나가 나온다. 이번 여름휴가때 선배 한분의 권유로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이 섬에 가 볼 행운을 갖게 되었다. 잔잔한 모래밭에 달려드는 눈부시게 흰 파도, 어린 소년처럼 마냥 즐거웠다. 해질무렵 선배는 형님내외가 살고 있는 집이 있으니 찾아 뵙자고 하여 섬끝자리에 배를 대고 험한 산길을 걷게 되었다. 한참 올라가노라니 주위는 어느새 칠흑같이 깜깜해졌고 돌부리에 채이고 가시덩굴에 걸려 한동안 허둥대다가 겨우 불빛을 발견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반갑게 맞이하는 주인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세상에 무슨 업이 있어 이렇게 심한 화상을 입었을까......고요한 밤하늘에 별똥이 내리고 주인이 끓여주는 한잔의 차에 가슴을 진정시킬 무렵, 밥상을 가져오는 안주인의 얼굴이 더욱 심하게 일그러져 있어 다시한번 놀랐으며, 밥상을 물리고 안아오는 아기의 얼굴이 너무나 예쁘고 고운데 또한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이부자리에 누워 선배는 형님이 전처와 부부싸움끝에 홧김에 불을 질러 전처는 죽고 형님도 깊은 화상을 입어 사경을 헤매다가 어떻게 목숨을 건졌으며, 그후 모든 것을 등지고 이섬 외딴곳에 찾아왔으며, 어릴때 깊은 화상을 입어 외출조차 못하던 현재의 처를 만나 둘이서이곳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하였다. 두사람사이에 태어난 아기의 얼굴이그토록 희고 아름답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일까.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려온다.저분은 아침에 일어나 해질때까지 밭일을 하고는, 밤이 깊을 때까지 불경을 외며 목탁을 친다고 한다. 젊은 날의 정념을 가라앉히고 죽음보다 더한참회의 목탁소리가 아닌가 하여 그날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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