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DI제시 내년 재정운용 방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재정운용의 기본방향은 긴축재정으로 물가안정을 꾀하는 한편 국가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등을 위한 재정수요를최대한 충족시켜 성장과 안정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점이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비치고 있다.이같은 KDI의 안은 이미 예산당국인 경제기획원과의 사전 조율을 거쳤기 때문에 내년도 나라 살림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정책의지를 담고 있는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지난해에 단행된 금융실명제의 여파로 통화수위가 아직도 매우 높은 가운데내년에도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 엔고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국제금리 인상 등의 대외적 물가압력요인에 총수요압력 심화, 공공요금 억제의 한계 등의 대내적 요인까지 겹쳐 물가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KDI가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로 전망한 8.3%와 7.6%는 우리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7%를 훨씬 넘는 수준으로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금리자유화와 금융시장개방 등으로 외국자본의 유입은 크게 늘어나는반면 통화신용정책은 운신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향상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더욱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 확충을 보면교통부문에만 95-97년까지 24조여원을 쏟아부어야 하고 그밖에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에 따른 농업부문의 산업구조조정과 농촌발전, 잇따른 지방선거,교육, 과학기술, 환경, 복지증진과 통일비용 준비 등의 재정수요도 도사리고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내년의 재정운영이 물가안정과 재정수요 충족이라는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려운 입장에 빠진 배경이 되고 있다.

KDI는 이에 따라 앞으로 수년간의 재정운영은 건전 재정기조를 유지하면서조세부담률을 높여 재정기능을 정상화시키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세제개혁과 징세강화 등으로 세수기반을 최대한 확충하고 세출은 긴축적으로 편성해 물가에 큰 부담이 되는 통합재정수지 적자를 줄이고 경기조절기능는 높이며 SOC 투자는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 예산낭비를 막고 국가경쟁력 강화와 복지증진등에 대한 재정지출의 실질적인 증가를 꾀해야 할 것으로지적됐다.

KDI는 투자성 재정지출에 의한 생산기반 확충이 단기적으로는 총수요압력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애로를 덜고 물류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경제안정화에 부합된다고 강조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중장기적 재정기능 정상화와단기적 경기조절기능 강화라는 두가지 재정정책 목표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년 일반회계를 사실상의 흑자 예산으로 편성, 국채상환에쓰려는 계획은 물가불안심리 진정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증분석 결과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늘면 물가도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 물가를 잡으려면 일반회계는 물론 특별회계와 기금 수지를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를개선해야 하나 일반회계의 국채상환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4년에도 흑자 예산을 편성한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한국은행 차입금을없앤 것으로 예산편성 시점에서 국채상환 항목을 설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맹정주 기획원 예산실 총괄심의관은 [내년에는 호경기로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고 농특세 특별회계도 본격적으로 집행될 예정이어서 걷히는대로 모두 쓰면경기가 과열될 우려가 크다]면서 [SOC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부문의예산은 최대한 늘리되 경상비 등을 아껴 국채를 일부라도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일반회계의 세입증가율을 KDI가 예상한 15.9%로 잡을 경우 세출증가율은 예년과 비슷한 14-15%로 억제하고 세입증가율과의 차이인 나머지 1-2%는양곡기금증권 상환에 전액 충당한다는 게 기획원의 복안이다.이와 함께 양곡기금 적자 6조2천억원을 포함, 작년말 현재 20조8천억원인 국채를 점차 줄여 나가기 위해 통합재정수지를 꾸준히 개선한다는 방침아래 내년의 통합수지 적자를 올해의 1조7천6백93억원 수준에서 GNP의 0.3%에 해당하는 1조원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KDI의 분석으로는 내년 예산이 경기중립적이기 위해서는 통합수지 적자가GNP의0.5% 수준이면 되는 데도 이를 더욱 낮춰 경제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지속적인 확충이 요구되는 SOC 투자재원중 상당부분을 고속도로통행료, 항만하역료, 공항사용료 등의 단계적인 현실화로 충당하고 총사업비관리강화를 대형 공사의 공사비 증가를 막는 한편 각종 특별회계와 기금을통폐합하고 방위비의 편성과 집행에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예산제도의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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