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태 싸고 미 교황청 마찰

5일 카이로에서 개막된 유엔 국제인구개발회의(ICPD)를 계기로 클린턴 미국행정부와 미국내 천주교, 나아가 로마교황청간의 관계가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지고 있다.문제의 발단은 지난 92년 미국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클린턴행정부가 역대 그어느 정권보다 낙태권 보장을 주장해온데다 취임이후에는 지난 12년간의 공화당 정부동안은 낙태를 인정한다는 이유로 원조를 거부했던 각국 정부에 이를 비웃듯 원조를 재개, 로마교황청의 강력한 분노를 사온 것이다.특히 최근에는 [클린턴이 선거 공약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것은 여성의 낙태권 보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클린턴 정부가 유엔의 인구억제와 여성권익보호에 앞장서자 교황청은 [클린턴 정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낙태권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바티칸은 회교분리주의자들과 합세, {클린턴 정부는 사탄}이라고 규정하는 한편 교황청 대변인은 미국 정부를 [그따위 정부(사탄과 같은 정부)]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부통령 앨 고어 이름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가며 비난을퍼부었다.

심지어 교황청대변인은 이번 카이로 인구회의의 미국측대표이기도 한 앨 고어부통령이 {미국은 과거 낙태권을 인정하도록 다른 나라를 부추긴 일을 하지않았을 뿐 아니라 현재나 미래도 이를 선동할 생각이 없다}는 2주전의 유화발언마저 [진실성이 없다]고 일축하는가 하면 [고어는 위선자]라고 표현했다.또한 이번 인구회의의 교황청 대표이기도 한 미국국적의 제임스 맥휴추기경은 [만일 클린턴 정부가 열렬한 낙태지지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의 천주교도들은 클린턴 정부는 물론 민주당의 지지를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이런와중에서 민주당부의장은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가톨릭교도들은 클린턴에게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애써 무시하려 들었다.

사태가 악화되자 많은 국민들은 교황의 이름을 빈 교황청 대변인이나 미국출신의 추기경도 미국의 정치에 개입했고 부통령이기 이전에 한 개인인 앨 고어를 너무 잔인하게 매도한게 아니냐며 못마땅해 했다.

상대적으로 앨 고어 부통령은 6일 카이로에서 가진 TV인터뷰를 통해 [정부가앞장서 낙태권을 인정할 생각은 없지만 민간단체등에서 피임용 콘돔을 나눠주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다]고 맞섰다.

고어부통령은 특히 [인구론자 맬더스에 의하면 홍콩과 대만은 이미 2백년전에 굶어 죽었어야 할 나라이지만 부강해져 있다. 이는 곧 경제와 인간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피임이나 낙태등 1차적인 인구문제 해결방안보다 더욱 중요함을 증명하는 것이다]며 다함께 발전을 서둘러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하고 나섰다.

종교와 정치간에 끝없는 대립의 과제가 될 이 낙태문제는 어쩌면 향후 클린턴정부의 정치 생명이 달린 문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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