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타인의 시간(39)

아버지의 수술은 그 다음날 있었다. 나는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었지만 교실에 앉아 있어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하는 장면이자꾸 얼쩡거려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아무리 완쾌될 수 있는 병이라 해도 내게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고, 혹시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간조증이 일었던 것이다. 그때는 은유를 알지 못했고-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옆반에 있었다-각별한 사이의 동무도 없었던 탓에 터놓고 얘기할데도 없었다. 왜 그랬던지 그 무렵의 나는 몹시 쌀쌀맞았었다.수업이 끝나자마자 나는 총총히 병원으로 갔다. 아버지의 수술은 끝난 뒤였고, 어머니는 수술이 잘 되었다며 밝은 표정을 지으셨다. 나는 어머니의 표정을 보고서야 긴장이 풀려 허기를 느꼈다. 이동 침대 위의 아버지는 깊은 단잠에 빠져 있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어머니는 일주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음에는 오지 말라고 이르셨고 나는 이틀에 한번 꼴로 들르겠다고 대답했다. 병원 안의 닝닝한 냄새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는 걸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끓여 먹은 라면 국물은 달았다.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켜서 시청하는 여유도 생겼다. 푸근한 밤이었다.

아버지는 일주일만에 퇴원을 하셨고 곧 정상을 되찾으셨다. 다시 건설회사로나가기 시작한 아버지는 이번에 큰 경험을 했다며 새삼 건강의 소중함을우리 앞에 강조하시기도 했다. 우리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아빠가 하도 건강에 자신만만해 하시니까 하느님께서 벌을 내리신 것 같다고 농담까지 하며웃었다.

그렇게 다 끝난 줄 알았다. 우리 위에 잠시 스쳤던 그늘은 이제 영원히 없을줄 알았다.아니 옛날처럼 밝고 따스한 햇살만 내내 비칠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먹구름 사이로 잠깐 비껴드는 찬란한 햇살이었음을 우리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삼년 뒤 다시 몸져 누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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