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갈루치 왜 한국왔나

북.미 고위급회담 미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차관보가 14일부터 사흘간 방한한다.이번 방한은 북.미간에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평양회의가 끝나 공동발표문을 채택하고 베를린에서도 경수로지원 협의가 꽤 진행된 시점에 이뤄져 주목된다.

특히 그의 방한에는 평양회의 미측 수석대표였던 린 터크 국무부북한핵문제조정관이 합류, 우리정부측에 회의결과를 자세히 브리핑할 예정이어서 비상한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회의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아직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이는 북.미간 관계개선 속도와 관련, 한미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이목을집중시킨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북.미 양측은 회의를 마치고 13일 정오 회의 분위기와 의제 정도를 담은 짤막한 공동발표문을 채택했을 뿐 그 이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발표문은 이번 전문가급 회의가 지난달 13일 3단계고위급회담 합의성명에따른 것이며 {진지하고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히고 있다.또 {포괄적 합의}라는 틀속에서 연락사무소의 교환및 설치와 관련되는 {기술적문제}를 자세히 논의했으며 이를 양국 정부에 보고키로 했다는 것이다.이를 토대로 볼 때 북.미양국은 지난번 3단계회담 1차회의에서 합의한 핵문제해결을 위한 {포괄적 합의}가 오는 23일 2차회의에서 이행된다는 가정하에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된 기술적 문제들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연락사무소 설치시 사무실 위치와 임대여부및 조건,공관원수및 외교관자격 부여, 연락사무소의 역할및 기능, 통신보안 보장, 치안유지, 의료혜택 부여 문제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북한이 보장하는 핵투명성의 정도에 맞춰 언제 연락사무소를 설치할것인지, 남북관계와 어떻게 연계시킬 지 여부등 정책적 방향과 관련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연락사무소의 역할및 기능이나 공관원 규모, 외교관자격 부여 여부등의 문제는 보기에 따라서는 북.미 양국이 관계개선의 첫 시도를 어떤 폭과 깊이로 추진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명칭은 같은 연락사무소라도 두 당사국이 어떤 기능을 얼마만큼 부여하기로합의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는 달라질 것이기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번 공동발표문의 문안을 놓고 북.미간에 다소 논란을 빚은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북한은 발표문에 구체적 회의내용을 어느 정도 담자고 제의했으나 미국이[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완강히 반대했다는 후문이다.이렇게 볼 때 미국은 {포괄적 합의}의 이행을 전제로 논의한 이번 회의 내용이 공개될 경우 자칫 남한측에 소외감을 줄까봐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갈루치차관보는 15일 오후 김삼훈외무부핵대사와 한미고위실무회의를연 자리에서 평양회의 결과및 베를린회의 경과를 자세히 설명하고 한국의 입장을 청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또 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 한승주외무 이병대국방 정종욱청와대외교안보수석과 만나며 김영삼대통령을 예방, 클린턴 미대통령의 구두메시지도전할 예정이다.

이번에 한미양국은 오는 23일 속개될 3단계회담에 대비, 지난 7일 워싱턴 한미외무장관회담 결과를 토대로 핵투명성 확보, 남북대화재개, 경수로지원등주요 현안에 대한 연계및 단계적 이행조치등에 대해 집중 협의하게 된다.여기서 미국측은 북한이 현재및 미래의 핵투명성 확보, 즉 핵동결을 확실히보장할 경우 연락사무소의 개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북.미 관계개선이 남북관계보다 앞서갈 수 밖에 없다는점을 강조하고 한국정부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지만 정부는 연락사무소 개설은 핵동결 뿐아니라 적어도 특별사찰을 포함한 실질적 조치를 북한이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킨다는 입장이다.

또 북.미 관계개선이 남북관계보다 앞서는 것을 인정한다해도 연락사무소 설치시점을 전후로 해서 한반도비핵화선언에 따른 남북대화 재개도 이뤄져야 한다는 마지노선을 미국측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양국은 북한이 베를린회의에서 러시아형 가압경수로인 VVER형중안전성이 제고된 최신제품인 제4세대형(1천MW급) 3기를 지어줄 것을 요청, 한국형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음을 감안, 현실적인 관철방안도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감안, 13일 오전 이부총리 주재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한국이 개발해 규격화된 경수로}가 선정된다면 {한국형}이라는 명칭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신축적 입장으로 선회함으로써 한국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선에서 한미 양국의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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