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카터재방북에 거는 기대

'평화의 사도'로 자처하면서 세계 도처의 분쟁지역으로 뛰어 다니고 있는 지미 카터전미국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다시 주선하겠다'며 발벗고 나섰다.이에 김영삼대통령도 카터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으며 조만간한승수주미대사를 통해 회담 재추진 의사를 지지하는 회신을 보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근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한반도문제는 '안정과 평화'라는 목표를향한 해법은 하나인데 미.일.중.러등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통에 정작 풀려야 하는 남북문제는 뒤로 밀리는듯한 감이 없지 않았다. 현재 클린턴대통령의 특사로 아이티를 방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진 카터전대통령이 오는 23일 제네바에서 재개되는 미.북3단계 고위급회담2차회의가 끝나는 이달 말쯤 평양을 방문하게 될것으로 보인다. 카터의 재방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로 작용하여 많은 현안들이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할 것 같다.카터전대통령은 지난 6월15일 판문점을 통해 입북, 당시 김일성주석과 만나남북정상간의 회담을 성사시켰으나 20일후인 7월8일 김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김일성이 사망했어도 카터 전대통령이 주선한 남북정상회담의 개최합의는 유효하다"1고 입장을 밝힌바 있으며 카터전대통령도 방북승인을 받아둔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이란역사적인 이벤트는 빠르고 쉽게 성사될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두고 있긴 하지만 그 회담이 모든 것을 이뤄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역사적 대사건이 될 남북정상회담이 언젠가 이뤄지고야 말 통일대업에 하나의 주춧돌이거나, 한발짝 앞으로 내딛는발걸음이라도 좋다는 생각이다. 김일성이 사망한후 후계자로 부상한 김정일은 지난 9월초 카터전대통령앞으로 편지를 보내 재방북을 요청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1는 의사를 밝힌바 있다.

김정일은 이 편지에서 "북한의 외교노선은 아버지의 그것에 따르겠다"1고 분명히 말함으로써 남한을 배제한 북.미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매듭짓는 한편 미국과 수교하여 경제난을 타개할 속셈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 밝혀진 미국의 대북정책 핵심은 *북한에 지원할 경수로는 한국형이어야하고 *특별사찰을 포함한 실질적인 핵사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북.미간에 설치될 연락사무소는 정치.경제.문화적인 모든 기능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나있는 상태다.

북한은 이번에 재방북하는 카터전대통령과 만나 남한을 배제하는 기존 정책이 옳은 것인지 남북대화를 통한 새로운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바른 길인지를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북한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국제사회로 끌려나오는 길과 자발적으로 걸어나오는 길 두가지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