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클린턴 친서교환 왜 했나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북한핵 문제에 관해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밝혀졌다.김대통령의 친서전달은 지난 14일 로버트 갈루치 미핵담당대사의 방한때 클린턴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에 대한 답신형식으로 이루어졌으나 *경수노지원을문서로 보장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북한이 과거 핵투명성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한국이 중심이 돼 한국형경수로를 지원한다는 우리측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의미를 가졌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이 중심이 돼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경수로 지원방식에 대해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있어 23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대미3차 고위급회담 2단계회의에서 친서내용을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정부 당국자들은 친서교환의 배경을 3단계 고위급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한미양국이 그동안의 협의내용을 좀더 무게가 실린 형식으로 확인하는데 있다고설명한다. 클린턴대통령은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대북협상력을 강화, 북한측의태도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으로 친서형식을 제안했고 김대통령이 이를수용했다는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핵의 투명성 확보를 전제로 국제적 컨소시엄(가칭 KEDO)을 통해 북한에 경수로를 지원한다는 방침을 제시하는 한편 이에대한 한국의입장을 거듭 확인하는 2중의 효과를 겨냥했다는 풀이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과거핵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기와 한국형 경수로의 채택 여부, 경수로 지원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표명을유보해 왔다. 지금까지 미국의 태도로 봐서 미국은 북한의 핵동결을 유도해내는데 급급한 나머지 과거핵 투명성 문제는 경수로 지원에 대한 원즉합의가이루어진 이후에 이루어져도 무방하고, 경수로 지원방식도 남북 양측의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가급적 합의를 서두른다는 방침인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이에 반해 김대통령 친서에 담긴 우리측의 입장은 경수로 지원을 문서로 보장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 북미간의 협상일정을 앞당기면서 한편으로는우리측이 요구하는 궁극적 해결방안을 재확인 과거핵 투명성 보장의 시기와경수로 지원방식 등에 대해서는 유효한 협상 카드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볼 수있다.

김대통령은 친서에서 북미관계의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대통령의 친서가 단순히 대북보장의 차원을 넘어서 북한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지금까지 협상전략에 비추어 북한이 한국의 역할을 끝까지배제하려들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한미양국의 최고지도자의 친서가갖는 무게로 미루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정부 당국자들은 [김대통령의 친서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다른 노형을 주장한다면 이는 북미회담의 결렬을 의미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북측은 김대통령의 친서를 빌미로 경수로 지원약속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의 선결을 요구하는 등 협상내용의 이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은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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