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분별한 언논보도 역기내 초래

*박:먼저 이 사건은 언론의 보도태도부터 한번 짚어보지요. 연일 각 신문 방송이 대서특필하는 것은 이 사건이 전무후무하다할 만큼 너무 끔찍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발경계의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부각과 선정적 보도는 소영웅주의를 부추긴 측면이 있고 심지어{이들의 범행을 수긍할 수도 있다}는 식의 분별없는 여론조사와 인터뷰는 가치혼돈을 낳을 수 있습니다.언론 잔혹성만 강조 *권:특히 반사회적 범죄자의 최후 발악을 여과없이 그대로 내보낸 방송을 보고 혼란을 느꼈습니다. {부자를 다 죽이지 못해 한스럽다}{어머니도 죽였어야 했는데} 이런 광기어린 망언을 보도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망연할 뿐입니다.

*김:극적인 효과만을 노리는 보도의 역기능은 대단히 큽니다. 이 사건은 그렇잖아도 충격적인데 더 잔혹한 내용만 계속 강조하다보니 다른 범죄는 마치별것아닌 것같은 역작용을 낳았어요. 물론 언론은 사회경종을 위해 어두운구석도 보도해야하나 그 보도 역시 인간에 기여하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이:언론이 아무나 내세워 코멘트하게 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원인분석을 함으로써 여론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갔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신문 방송이 진지하지 못했고 쇼맨십을 보인 진부한 접근방식으로 일관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 사건이 마치 우리 사회전체를 상징해내는 것처럼 해석하는보도는 납득할수 없습니다. 이같은 보도자세는 정신분석적으로 볼때 어떤{의도}가 담겨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권:사건 자체로 들어가보지요. 범인들은 모두 결함이 있는 가정 출신이라는점에서 교육자로서 더 가슴이 아픔니다. 이들의 학교시절 부모의 마음으로대한 교사가 단 한분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리고 가난을 이기는 길을 제대로교육했었다면 하는 심정을 떨칠수 없습니다.

저절로 크는 짐승과 달리 사람은 교육이 있어야 제대로 성장할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고 있습니다.

*박:그렇습니다. 한 20년 재판을 하면서 얻은 결론은 범죄는 처벌만으로는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엄하게 처벌해도 치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생각을 바꿔줘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국가공권력이 범죄를 따라잡기도 어렵구요.

처벌만으론 한계 *이:우리사회뿐아니라 외국에도 반사회적 인격이 많습니다.이들은 사회정신병질자예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분석하는 어느 언론은 이들이 병질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누구나 그럴 수가 있다는 식의 보도입니다. 잘못된 진단은 엉뚱한 처방을 낳기십상입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들은 감정분화가 안되고 잘못을 인정않고 불안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들의범행을 짚어보아야 합니다.

*김:그러면 그같은 반사회적 인격은 언제 형성될 수 있습니까.*이:적어도 사춘기 시기, 그러니까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생기면 나타나기 쉽습니다. 정신과서도 제일 골치 아픈 대상이이들입니다. 사실 반사회적 인격은 평소 곳곳에서 버젓이 사회활동을 합니다.이들일수록 지능이 높은 게 특징입니다. 지도급인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꽤있습니다.

이들은 정신과적 치료조차 불가능합니다. 사회로부터 격리가 곧 치료인 셈일뿐입니다.

*김:그런데도 이 사건의 원인은 시간이 흐를 수록 범인보다 사회탓으로 돌려진 인상입니다. 이들 범인이 {지목}한 야타족이 언론의 도마에 올라 난타를당하고, 만일 야타족이란게 있다면 그것은 급속한 {양적 성장위주 사회}에서나타난 한쪽 면일 뿐이지 그게 사회전체는 아니거든요. 말하자면 건전한 사회의 그늘진 면이지 사회전체의 병든 모습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우리가 극복해야할 아픈 부분은 함께 아파하는 눈으로 접근해야지 이데올로기적시각으로는 가치관의 혼란만 부추길 따름입니다.

*이:동감입니다. 야타족 같은 현상은 발전으로 가는 과정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야지요. 너무 죄악시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물론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김:부자는 가진 자의 횡포를 부리지않는 넉넉하고 베푸는 마음을, 가난한자는 청빈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어떻습니까.

*박:일정한 수준에 만족할 줄 모르는 세태에 문제가 있습니다.*권:오늘 학생조회시간에 분수대로 사는 자세를 강조했지만 요즘 아이들사이에서 한계단씩 밟기보다 한꺼번에 뛰어오르려는 조급한 측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기성사회의 병폐인 한탕주의 탓이라 봅니다.

한탕주의의 부산물 *이:가난한 사람들의 의욕을 꺾어놓은 과거 부정부패의 역사에도 많은 원인이 있습니다. 지배층은 늘 정의사회를 내세웠지만 그것은 국민에게만 주문한 것이고 자신들은 딴 짓을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투기와 한탕바람에 착실하게 사는 사람은 무기력과 좌절감에 빠져 일부는 빗나간 것 아닙니까.

*박:맞습니다. 사회가 부패하니까 범죄가 그렇게까지 가는것 아닙니까. 물론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그렇다고 언제까지 오늘날의 사회병리의 원인을 과거에만 돌려야 하나요.우리사회의 정의실현이 절실한 만큼 개인윤리 사회윤리의 정립이 시급합니다.오늘날은 사실 이미 개인윤리가 자리를 잡은 바탕위에 사회윤리를 세울 단계에 와있는데도 이번사건을 통해서 보듯이 개인윤리마저 깨져 있으니. 따라서인간성 회복이 매우 절실한 것이지요.

*이:그렇습니다. 사회윤리와 개인윤리는 수레의 두바퀴와 같은 사회구원의동력이라 할수 있습니다.

*권:그런 측면에서 다시 교육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군요. 가정교육의 부족을 학교가 메우고 또 학교교육의 빈자리를 사회가 채우는, 가정 학교 사회의삼위일체 교육 필요성을 다시한번 지적하고자 합니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심기일전이 있어야한다고 봅니다.교육자 심기일전을 *이:우리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도 해결해야할과제입니다. 내가 오래 있은 스위스의 교육제도를 보면 국민학교부터 덕성인성교육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창의성위주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많이개선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입식 입시위주교육 아닙니까. 이런 환경속에 교사들이 인성교육에 매달기는 어려운 노릇이지요.

*김:인성교육의 부재를 심각하게 인식해야하는 시점입니다. 정말 학부모들도자녀진학만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만일 그렇지않으면 반사회적 인격이 계속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졸부&천민의식도 따져보면 치유대상인 만큼 그것때문에 범죄를정당화하는 식의 강변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사회환경조성이 있어야 합니다.우리사회의 긍정적인 면을 밝게 조명해내 범죄를 제압하는 분위기조성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가정 학교 사회교육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는 것입니다. 실천이 문제이지요. 실천이 없는 말의 성찬은 사회혼란만 야기할 뿐입니다.이를테면 어느 집단이든 지도부 즉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합니다. 가정이면 부모, 학교면 교장 등의 식으로 영향력있는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있어야 우리사회는 교육의 효과가 나타날수 있는 것입니다.*김:대단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윤리와 사회윤리의 정립이절실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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