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방송사 뉴스류사물제작 혈안

유명한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맨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정보를 대중에게전달하는 것으로 그쳐야 하고 의미부여를 하거나 순서를 매기는 것은 오로지당국자와 지도자들에게 맡길 일이다]라고 지극히 소극적이고 한정된 개념만을 강조했다. 그가 살던 1930년대에나 맞는 말인지 모른다.지금 미국 언론들은 뉴스에 대한 의미부여나 순서매기기 정도를 훨씬 지나뉴스의 선정주의화및 뉴스의 극화(극화)로 대중의 흥미를 돋궈 스스로 품위를짓밟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미국의 신문이나 방송들이 날로 저질이 되어가는 이유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이다.특히 이런 저질화 추세는 신문보다는 텔레비전쪽이 더욱 심한 편인데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14년전만 하더라도 고작 너댓개 밖에 없던 채널이 지금은그 열배로 늘어나 시청자 확보가 지극히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중계가 일상화 된데다가 케이블 TV회사들이 늘어나 뉴스가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나와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전국3대 네트워크 텔레비젼 회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뉴스이면서 오락물 같은 프로그램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바야흐로 {뉴스 유사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 CBS, ABC 그리고 NBC등 3대 네트워크 텔레비전 경우 5년전에 CBS에만 두개가 있었던 이른바 뉴스 매거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지금은 11개가 생겨 각 방송국이 한주일에 두번씩 이를 방영하는 형편이다. 뉴스처럼 보이면서 극적인 효과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칫 오락물로 착각할 수 있게 만든 이런 프로그램이 노리는 바는 시청률을 높여 결과적으로회사수입을 올리자는 것이다. 뉴스 매거진 제작비는 일반 연예오락물보다 비용이 훨씬 덜 먹히는 반면 시청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니까 그만큼 회사로서는이문이 많다.

신문들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고급지로 이름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그리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같은 큰 신문들조차도 독자들 관심을 끌만한 사건들이 터질때마다 온통 지면을 도배질해서 타블로이드 황색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OJ 심슨 사건만 하더라도 이 신문들은 의료보험 개혁안 같은 국가적인큰 관심사를 젖혀두고 며칠씩 대서특필하여 독자들 흥미에 영합하는 듯한 인상을 물씬 풍기고 있다. 편집국 간부들은 어떤 기사를 써야 회사수입을 늘릴수 있는지 늘 신경을 쓰고 산다.

타블로이드 신문왕 루퍼트 머독과 얄팍한 화제거리 많이 다루기로 유명한가네트 신문 카르텔 회장 앨런 뉴할즈를 경멸적인 눈초리로 업신여겼던 신문기자들이 지금 기가 팍 죽어 있다. 이들은 [우린 언론창달을 하는게 아니라자본주의 창달을 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정보화 시대 새 기술의 발달로 언론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자들은 정체위기에 빠져 있다. 유능한 기자들이 점점 언론계를 등지는 일들이자주 생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먹거리만 챙기다가 어느 세월에 정론을 펴보겠느냐는 욕구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리프맨의 제한적 언론의 역할에 더마음이 끌리는 시대가 왔다. 참으로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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