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서리치도록 끔찍한 지존파 일당의 살인사건, 인천시 일선 세무공무원의 엄청난 부패사건, 군 장교탈영사건등으로 지금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는 {제2개혁}추진을 선언하였다. 출범당시 임기동안 내내 사정과 개혁을 하겠다고 다짐한 정부가 새삼스럽게 제2개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 개혁의 기본방향이 무엇인지 어떤 현실인식과 미래 비전을 가지고 제2개혁을 선언하고 있는지가 분명치 않다.김영삼 대통령 정부는 {문민정부}라는 특허권을 가지고 민주개혁을 원하는국민의 기대속에 출범하였다. 문민정부는 그동안 정치군부의 제거, 5, 6공 부패인사들의 숙정,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실시, 정치개혁법의 제정등실로 엄청난 개혁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개혁은 ??년간의 군부독재에서 비롯된 정치&경제적 모순을 척결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과거청산 과정에서 {표적사정}이라는 비난과 {깜짝 쇼}라는 비아냥을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역사적 의미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김영삼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북핵문제를 둘러싼 정책혼선, 시대착오적인 냉전의식의 조장,무리한 가신그룹 등용, TK대신 PK의 등장, 정략적 차원의 행정구역 개편등문민정부의 국정수행 능력과 역사의식 그리고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현상들이나타나고 있다.
개혁에 대한 냉소가 번지고 있고 사회전반에 무기력증이 확산되고 있다. 공직자 부패가 새로이 고개를 들고 사회불안이 증대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흐린 상태다. 문민정부라는 특허권은 이제 그 효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틈새에 소모적 정략을 일삼는 정치꾼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심지어는 과거회귀를 노리는 수구세력들이 끼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이제 개혁은 물건너간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미래를 위한 개혁 절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네탓이 아니고 내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큰 책임은 개혁을 주도해 온 문민정부에게 돌아간다. 기대와 지지가 컸던 만큼 책임도 크게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처음 1년간의 성공적 개혁추진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이토록 흔들리고 혼란에 빠져 있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그동안의 개혁이 주로 {과거에 대한 개혁}이었지 {미래를 위한 개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군부독재의 청산은 우리 역사에서 큰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것이지만 그것은어디까지나 과거를 척결하는 개혁이다. 물론 개혁은 과거의 부정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진정한 개혁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필요로 한다. 사실 그동안의개혁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이 없이 임기응변적이고 대증요법적으로 추진되었다. 더나은 미래의 건설을 위한 비전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
**구체적 정책 제시를**
신경제 5개년 계획에서 {참여와 창의를 통한 경제발전 메카니즘}을 창출한다고 했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가 아직까지 제시되고 있지 않다.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통일에 대한 구체적 전망과 실천방침을 일관성있게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우리사회의 인간화, 민주화, 선진화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교육개혁과 노동개혁을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과 일정이 아직 제시되고 있지 않다.
제2개혁은 참여민주주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민족화합적 통일을 위한 정치적 법률적 및 문화적 조건의 정비, 좋은 품성과 문제인식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인간을 육성하는 교육체제의 확립, 노동의 인간화와 민주화를 통해생산효율을 높이는 노사관계의 확립, 사회불평등을 줄이고 소외계층을 통합하는 복지정책의 실시 등을 그 개혁 프로그램의 목록에 최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이러한 제2개혁에 실패하면 문민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우리는 문민정부의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현단계에서 문민정부의 실패는 한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민족사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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