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겉핥기 국감

7일 오후 국회 재무위의 대구본부세관 국정 감사장. 감사반이 대구지방국세청을 거쳐 오느라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감사가 시작됐다. 세관장의 선서와 본부세관 산하 각 세관장 소개가 이어졌다. 다음은 세관장의 업무 보고 차례. 30여페이지로 만들어진 보고서를 따라 세관장이 현황을 보고해 가던 중 감사반장이제동을 걸었다. 나머지 보고는 보고서로 대체하라. 16페이지 보고가 막 끝나던때였다.그리고는 감사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때가 6시15분경. 거의 동시에 15명의 감사반원 중 4명이 자리를 떴다. 감사시작 후불과 20분도 안된 시각이었다. 일부 의원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폼으로걸어나가고 있었다. 30여명 세관 직원들의 기침 소리 하나 못내는 긴장된자세와 대조돼 보이는 장면이었다.

의원들의 질의엔 이상한 게 많았다. 한 의원은 세관장에게 [세관장은 내 지역구 주민인데, 더욱 분발해서 열심히 하라]는 말로 질의를 가름했다.다른 한 의원은 질의는 서면으로 하겠다며 마쳤다. 질의는 거의가 짤막짤막하고 의원당 한두개를 넘지 못했다.

이럴 즈음 감사반장이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정회를 선언했다. 6시35분.별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정회를 할까. 질의 시작 후 겨우 20분밖에 안됐는데. 그러나 의원들은 불과 3분만에 우루루 다시 감사장에 입장했다.의원들이 앉자 위원장은 곧바로 감사 종료를 선언했다. 질의는 5명으로 마치고 나머지는 서면 질의-서면 답변으로 가름하겠다는 말을 덧붙였을 뿐이다.의원들이 구태여 정회를 하고 밖으로 몰려 나간 것은 대강 마치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는 의논을 하기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였다. 종료 선언에 어느의원은 잘한다고 장단을 맞추기도 했던 것.

감사반 15명 중 10명의 질의를 생략한 질의. 20분만에 끝나버린 질의. 서면으로 하겠다는 질의. 서면으로 할 것이면 뭣하러 대구까지 왔을까. 이렇게대충 할 감사를 받기 위해 대구본부세관 산하의 울산-창원-마산-구미-포항 등세관장들까지 불러 올렸어야 했는가. 그들이 움직이는 데 드는 것은 국가 돈이 아니고 누구 돈인가|. 지켜보던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음이 틀림 없었다.종료 선언과 함께 곳곳에서 에이 피-하는 허탈음들을 연발했던 것이다.누군가는 더욱 따가운 얘기를 했다. 작년에도 이러더니 올해 또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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