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라진 국감 중간점검

국회 국정감사가 이번 주말로 중반을 넘기면서 각종 비리를 폭로하려는 의원들의 추적과 이를 방어하는 행정부간의 공방도 치열해져 가고 있다.그러나 여야의원들은 죄인을 심문하듯 행정부를 몰아 세우는 태도를 바꿔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물증을 들이대며 진지한 자세로 정부를 몰아 세우고 있고 정부도 대체로 과거에 비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수감태도를 보이고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다만 일부 상임위는 감사보다는 의원들의 {과시형} 질문공세로 정상적인 감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일부 수감기관의 경우도 모르겠다 알아 보겠다는 구렁이 담넘어가는 식의 답변 태도를 버리지 않아 구태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국감 초반에는 때맞춰 터진 인천북구청 세금횡령비리와 장교탈영사건등과관련한 상임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중반에 접어들면서 각 상임위별로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비리와 의혹, 그리고 행정의 난맥상이 속속 밝혀지고있다.

내무위에서는 자치단체 감사 과정에서 지방세 횡령이 인천 북구청에 국한된사건이 아님이 여실히 드러났고 상공위는 원전도입과 관련한 천문학적 로비자금 의혹을 폭로했으며 회장구속으로 된서리를 맞은 농협의 재벌에 대한 특혜등 방만한 운영이 순식간에 노출됐다.

의원들의 추궁과 폭로가 한가지 주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이뤄지는 것은 국감에 대비해 충실한 준비와 자료검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도 작년까지만해도 의원들이 폭로성 질의를 하면 의례적으로 여야간에 사실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던 것이 상례였으나 이번 국감의 경우 상대방의 질의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

의원들이 폭로내용이 비록 해석상의 이견이 있을 수 있더라도 최소한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7일 농림수산위의 농협 감사에서 오장섭의원(민자)은 농협이 30대 재벌그룹에 1천2백78억원을 대출해 준것은 1회대출후 5년간 동결되는 농민과 비교할때 특혜가 아니냐]고 매섭게 질타했다.

이해찬의원(민주)은 환경경제위의 부산시 감사에서 부산시가 97년부터 식수용수돗물을 병에 넣어 시판한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폭로해 식수오염의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상공자원위에서 류인학의원(민주)은 [대우 동아건설 현대건설 삼성건설등4개 업체가 81년 부임후 한전으로부터 수주한 공사건수는 1백94건으로 공사금액이 3조23억6천만원에 달해 전체공사 발주금액 7조2천4백4억원의 41.5%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한전과 건설업계간의 유착 가능성을 따졌다.무소속 의원들의 활동도 민자 민주 양당 의원 못지 않다.

정태영의원은 대한항공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기내식 공급을 위해 34차례에걸쳐 미국쌀 1천4백36섬(1백15t)을 수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의원들이 활발한 국감활동에 발을 맞추기라도 한듯 여당의 보호에만 의존했던 피감기관의 수감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온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70년 고박정희대통령의 지시로 설립된지 사실상 처음으로 7일 {비밀의 커튼}을 열어 제친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을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지난해 국방위 감사에서 설립이후 두번째로 감사대상기관으로 포함됐으나 연구소장의 인사말을 언론에 공개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여야의원들이 팽팽히 맞서 감사가 중단됐던 기관이어서 한층 색다른 의미가있다.

그러나 일부 상임위에서는 의원들과 피감기관간의 질의.답변이 다소 풀어진모습을 보이는등 구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개정된 국회법에 의해 가급적 많은 수의 의원들에게 질문기회를 준다는 취지와는 달리 {전원질의.일괄답변} 진행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정책감사}의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원들의 견해도 제기.

6일 재무위 지방1반의 부산세관 감사는 지방감사 방식이 잘못된 대표적 사례.여야의원들은 중앙부처 국장에 해당하는 3급(부이사관)에 불과한 세관장을앉혀놓고 왜 이렇게 감시체계가 엉망이냐 그러니까 러시아인들이 총기류를 밀반입하는 것이 아니냐고 다그쳤다.

그러나 정작 세관장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으나 장비와 인력을 늘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사항만 늘어놓았을 뿐으로 정작 책임있는 답변을 할 처지도 아니었다.

같은 날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내려간 재무위 2반의 광주지방국세청 감사도유사한 경우.

본부감사에서 장.차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던 이경재의원(민주)은 광주지방국세청장에게 빈번한 세무조사나 불필요한 서류요청등을 통해 부당하게 간섭하고 감사하는 {군림자}가 돼서는 안되며 지역경제의 발전과 활성화에 도움을주는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역민원성 훈계로 일관.이같은 현상은 재무위뿐 아니라 서울에서 산하기관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인 여타 상임위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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