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의 세계(3)-염색가공

전세계 국가중 섬유산업에 의존해 수출액을 가장 많이 올리는 나라란 퀴즈가있다면 정답은 독일이다. 다음이 이태리 일본 스위스이며 영국으로 이어진다.염료.화공약품과 관련한 장치산업이 발달한 독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실크라고는 한올도 생산하지 않는 이태리는 어떻게 그러한 지위에 오를수 있을까.바로 염색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염색선진국이 섬유선진국}이란 표어를 실천하고 있다고 할것이다.대구.경북의 염색단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이 지역서 생산되는 화섬직물 염색가공품의 생산량을 보면 알수있다. 대략 40억야드의 염가공품을 매년 세계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는 20억인구에게 한벌씩의 블라우스를 만들어 줄 수있는 양이다.

대구의 염색산업이 무너지면 한국의 섬유산업은 물론 국내경제가 휘청거릴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다.

염색은 직물의 소재에 따라 달라진다.

견직 모직 면직은 모두 정련 표백 염색 가공의 4단계를 거치지만 기법은 간단하다. 물들여 말리는 공정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합섬과 신합섬의 염색가공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그중 폴리에스텔의 염색가공은 고뇌와 환희를 한꺼번에 안겨준다고 말할만큼복잡다단하다.

나일론과 폴리에스텔의 장단점은 염색가공에서 잘 나타난다.나일론의 염색에 쓰이는 염료는 산성염료이며 폴리에스텔의 염색에 쓰이는염료는 분산염료이다.분산염료란 물에 녹지않고 섞여있는 염료를 말한다.폴리에스텔의 염색에 쓰이는 염료가 분산염료인것은 폴리에스텔에는 염료가물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폴리에스텔의 염색은 염료를 물들이는 것이아니라 묻혀놓는 것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그래서 업계에선 분산염료는 배합한 순서대로 분리하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전제아래 이를 염색폐수의 처리에도 원용, 새로운 폐수처리기가 선을 보이고 있다.

폴리에스텔의 염료가 분산염료인 탓에 염색하기 위해선 130도씨의 고온과 고압이 필요하다.

천연섬유중 고온.고압에 견디지 못하는 섬유는 견사이다. 여기에서 섬유의친화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나일론은 면 견 모직등 다른 어떤직물과도 교직이 가능하지만 폴리에스텔은견직과의 교직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이유는 폴리에스텔의 염색가공에필요한 고온.고압을 견사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섬유업계가 반드시뛰어넘어야할 업계 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폴리에스텔이 이같은 단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재로서는 이를 대체할수 있는 소재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감량가공이 가능하기에 그런 것이다.감량가공이란 말은 염색가공업계에선 가슴 설레는 말로 통한다.감량가공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는 영국. 그러나 이를 실용화한 것은 일본이다.국내엔 70년대 초반에 대구의 한국염공이 일본업체의 기술지도를 받아처음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있다. 이후 코오롱이 일본업체인 도레이의 지도로 감량가공을 하면서 보편화됐다고 전해진다.

1제일합섬경산공장 염색가공연구소 김재웅소장은 [섬유의 질은 부드러움(so)실크감촉(silky) 늘어짐(drafe) 광택(light)의 네가지 조건에 좌우된다]고설명한다. 이중 실크감촉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감량가공의 기법인 것이다.

국제염직의 김현국전무는 [감량가공이 인류에게 공헌한 바는 이루 말할 수없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실크감촉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낮은 데니어의 원사를 뽑아내는 것과 감량가공으로 축약해 말할 수 있다.

염색가공의 중요성은 실크감촉의 재현만이 아니라 기능의 부여라는 측면에서도 비중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물론 미래의 상황이다.

[전쟁터로 향하는 사병의 옷이 무슨색이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려워요. 자보십시오. 산에 들어가면 녹색으로, 들판에 나오면 황토색으로 바뀌지 않아요?|]

주위의 환경에 따라 색이 바뀌는 섬유.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염색가공의 기법인 것이다.

이를 가능토록 하기 위해선 신합섬의 개발,제직기법의 발달에도 의존해야겠지만 염색가공의 기법에 기대지 않을수 없다.

이같이 비중있는 염색가공인데도 한국의 업계를 둘러보면 부정적인 시각뿐이다.

국내 대학교중 경북대학교에만 염색공학과가 있다. 얼마전 영남전문대학에같은 과가 탄생했지만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소식뿐이다. 섬유기술대학이 하루빨리 학력인정 대학으로 승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만시지탄이 없진 않지만 얼마전 정부는 {다잉테크21}이란 염색기술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세부 추진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선 또 한참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염색가공업이 발달한다고생각해선 무리이다.

{기술=기능+사상}이란 등식에 견주어 볼때 직업에 대한 장인정신이 갖는 점수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장인정신이 갖는 점수를 최소한 1백점만점에 20점은 주어야 한다. 이 20점의 점수를 이탈리아 염색업계의 기술자들은 가지고 있기때문에 그들의 제품이세계를 휘젓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염색염료의 배합은 모두 컴퓨터가 처리하고 있으므로 염색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있다. 하지만 아직 염색업을 3D업종으로 분류하는 사회적 풍조가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다행스럽다고 할까. 한국 고유의 색채인 쪽(남)의 재현으로 전통을 살리고자하는 사람들이 있어 민족문화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바로 한국의 염색업이 세계시장에 꽃필수 있는 단초로 여겨진다고 업계에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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