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개방

미국과 북한간 제네바핵회담의 타결은 그동안 지구촌사회에서 격리되어온북한에게도 일대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이후 미국과 지루한 {핵게임}을 벌여온북한은 이를 계기로 김일성주석 사후의 불안한 내부정세를 정리하고 김정일후계체제확립을 대내외에 과시할수 있게 됐다.특히 북한은 그간 고립상태에서 벗어나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서방국들과 관계개선을 추구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따라서 북한은 그동안 세계사의 흐름에 역행해왔던 구시대적 태도를 어떤 형태로든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대외문호를 개방, 탈냉전의 물결에 편승할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볼때 80년대 후반이후 소련과 동구제국의 잇단 붕괴를 지켜보며 체제수호를 위해 굳게 문을 걸어잠가온 북한도 특히 김정일체제 구축을 계기로이제부터는 불가피하게 개혁과 개방을 선택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북한은 제네바회담을 계기로 향후 미국 일본등과 수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대외개방이란 시대적 조류의 파고에 휩쓸리게될 전망이다. 평양거리에 미성조기가 나부끼는 상황에서 대외문호는 저절로 열릴수 밖에 없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자본과 기술의 영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일등은 그동안 [핵문제에돌파구가 생기지 않으면 대북경협을 추진할 수 없다]는 핵-경협 연계원칙을견지해 왔다.

그러나 북.미회담의 타결로 이 원칙의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향후 북한의합의사항 이행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이홍구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외통위의 국정감사에서 [제네바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남북경협에 대한 단계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지금까지 보류해온 대북경협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한바 있다.미국도 이를 계기로 평양-워싱턴간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적성국 교역금지등 각종 대북 교역규제를 풀어나갈 것이 확실시된다.

또 일본도 미국에 뒤질세라 대북 정치.경제관계 개선을 서둘 것으로 보여북한의 대서방 관계개선이 본격 추진되는 가운데 폐쇄된 북한사회의 개방.개혁을 위한 외부적 조건은 급속히 성숙될 전망이다.

하지만 북한이 진정한 개혁과 개방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김정일을 비롯한북한 지도층이 새로운 대외여건에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따라 좌우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이번 제네바회담에서 핵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성의를 보였고 타결이라는 결론을 얻어 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북한이 북.미간 합의사항을 향후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 것인지는 두고봐야하지만 근 반세기동안 적대관계를 보여온 미국과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는 것자체가 김일성사후 북한의 정책방향과 개혁.개방의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정부 당국자들은 이와 관련, [일단 북한이 바람직한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북한은 심각한 상태의 식량난과 에너지난, 그리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체제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불가피하게 개방을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볼때 이제 북한의 장래는 그들이 추진하는 대외개방과 경제개혁의 성패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는 지적들이다.

하지만 대외개방과 함께 밀려들 자본주의 물결을 접한 주민들의 사상적 혼란은 결과적으로 체제유지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구소련및 동구권처럼 제한적인 개방을 추진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즉, 경제적인 이유등으로 대외개방을 추진한다해도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등 특정지역에 국한시켜 일반주민들과 철저히 격리한 채 매우 제한적 개방을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영토가 넓어 경제특구 위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면서도 일반사회에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중국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경제특구도 극히 제한적인 지역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따라서 북한은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와 대서방관계 개선을 도모하되 당분간은 매우 국한된 개방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체제교육 강화등 개방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미.일등과 수교를 추진하고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대외개방을 추구하면서도 주민들과 접촉은 철저히 분리시키는 정책을 펴나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싫든 좋든 자본주의 문화의 영입으로 주민생활이 향상되고 물질적 욕구가 높아질 경우 자연스럽게 {개혁}요구로 뒤따를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은{위로부터의 개혁}이든, {아래로부터의 개혁}이든 장기적으로는 개혁을 추구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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