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중간선거 종반전 돌입-유권자 "냉담"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삼분의일 그리고 각 주의 주지사등을 뽑는 미국중간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유권자들의 무관심속에 선거운동 분위기만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공약을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후보자끼리주고받는 인신공격이 텔레비전 화면을 오염시키고 있다.그런가 하면 돈을 앞세워 선거자금 2천5백만달러를 뿌려 기록을 세운 상원의원 입후보자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현직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과 맞선 공화당 도전자 마이클 하핑턴 후보가 그 사람이다.

선거에서 서로 물고 늘어지는 추태란 참으로 꼴불견이다. 이런 판국에 투표율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중 하나는 유권자가 정치인을 {너희편}으로 갈라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으로 따돌리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이런 태도는 빌 클린턴 대통령을 두고도 예외일 수 없다. 임기중8백만명에게 새 취업기회를 공약한 그가 1년반만에 4백10만명에게 새 직장을마련해 주는데 성공했는데도 모두들 시큰둥하고 있다. 실업률도 6년새 최저이고 인플레이션도 억제된데다가 이자율도 바닥까지 떨어져 침체의 늪에 빠졌던 경제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아 경기회복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데도반가워하는 기색이 안보인다.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처음으로 뭉텅 줄이는 엄청난 일을 해냈는데도 박수치는 사람이 별로없다.

입후보자 지원유세에 클린턴이 나와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조차 거의 없다. 선거치고는 참으로 야릇한 선거다. 네편과 내편 편가르기로 기성정치인 즉, 관록을 자랑하는 정부 고관이나 다선 의원들에게 앙심마저 품고 있는 유권자들은 "너희 기득권자들 어디 두고보자"고 {싹쓸이}를 선언하고 나섰다. 다선 의원일수록 낙선확률이 높은 것이 이번 선거의 또하나 특징이다. 16번째 당선을노리는 백전노장인 하원의장 톰 폴리가 신출내기 도전자에게 밀려 헐떡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경제발전이 중산층의 소득향상을 도운여태까지의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경제가 나아져도 일반 대중의 생활수준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일부 소수 기득권자만 더 살찌게 한다는소외감이 유권자의 투표에 대한 무관심과 정치인 불신, 정부에 대한 분노 그리고 민주-공화 양당정치 기피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동안 근로자 실질임금은 해마다 0.7%씩 줄어 부부 맞벌이로도 살기가 힘든 형편인데도 전체 국민의 25%인 고소득자들은 국민소득의 51.3%를 챙겨 소득분배의편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서민들은 일을 더 많이하면서 휴가를 줄이고도 받는 혜택은 적고 언제 해고될지 늘 불안속에서 산다.

워싱턴의 거들먹거리는 정치인을 갈아치우는 것만으로는 양이 덜차 제도까지송두리째 바꾸자는 주장이 61%였다는 한 여론조사가 지금 미국민이 얼마나성나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어디선가 많이 듣던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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