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가 넘도록 계속된 학자들의 끈질긴 연구 결과, 마침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 비운의 황녀 아나스타샤가 영면을 맞게 되었다.독일과 영국의 법의학자들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84년 사망 당시까지 차르(러시아 황제의 명칭)의 막내딸 아나스타샤를 사칭했던 앤더슨의 주장이 사기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내었다.
영국의 저명한 법의학자 피터 질 박사가 이끄는 영.독 연구진들은 지난 91년발굴된 로마노프 왕가의 사체에서 추출해낸 DNA와 앤더슨의 DNA를 비교한 결과 유사한 점이 전혀 없음을 밝혀냈다. 또 2년간에 걸쳐 자체적으로 {아나스타샤}미스터리에 관해 연구를 해온 러시아 정부 역시, 지난달 황녀 아나스타샤는 1918년 로마노프 왕가 암살당시 함께 숨졌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피터 질 박사 팀의 연구결과는 그동안 앤더슨을 마지막 황녀로 끈질기게 믿어왔던 구러시아 귀족과 낭만적 작가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끝내 동화로 만들고 말았다. 이번 연구결과 앤더슨이 왕족은 물론, 러시아인 마저 아니라, 폴란드의 빈농출신 여성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기때문이다. 앤더슨은아나스타샤 미스터리와 관련해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곤사망전까지 극빈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앤더슨의 아나스타샤 환상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동안 그녀의 착각에 매료돼온 이유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한마디로 믿기 어려운 앤더슨의 사기극은 1918년7월 볼셰비키 공산당원들이 혁명완수에 장애물인 차르 가족들을 살해하기위해 에카데린부르그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날 저녁 공산당원들의 총알은 차르 일가족을 향해빗발쳤고, 시신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여기서부터 차르의 막내딸아나스타샤의 미스터리가 시작되었다. 2년후, 살을 에는듯한 바람이 휘몰아치는 베를린 복판에서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한 여자가체포된다. 이 여인은 곧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끝내 자신의 성명과 신분을 밝히지 않아 간호사들에 의해 {무명인}으로 불려지게 되었다.1921년의 어느날 {무명인} 앤더슨은 한 잡지에 실린 {아나스타샤는 왕가의비극에서 살아남았는가}라는 기사를 읽은후, 잡지에 실린 아나스타샤가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앤더슨의 아름답고 청순한 외모와 실제로 아나스타샤 황녀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으로 인해,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옛 영화를 그리워하는 망명 러시아 귀족들의 행렬이 {아나스타샤}를 만나기 위해 끊이지 않았다.옛왕조를 잊지 못하는 많은 망명객들의 희망이었던 {아나스타샤}는 여러차례의 도전도 받았다. 진짜 아나스타샤를 모셨던 시녀가 앤더슨이 아나스타샤가아니라고 부정했고, 한때 함께 일했다는 한 독일여성이 앤더슨이 폴란드 빈농출신의 프란치스카라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도전에도 불구하고앤더슨은 사망직전까지 자신이 {아나스타샤}임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녀의차르 가족들 이야기가 묘하게도 정확해 아나스타샤의 정체는 끝내 미궁속에빠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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