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의 연기끝에 열기로 돼 있던 대정부질의를 다시 미루며 여야는 대치하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에도 민주당은 내각총사퇴를 요구하며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반면 민자당은 "이만 하면 됐다"는 식으로국회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민주당이 끝내 거부한다면 단독국회강행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이 {항의, 추모, 애도}기간으로 설정해 놓은 26일까지는 국회가 정상화되기어려울 전망이다.**민자당**
민자당 지도부는 담화와 관련, 대통령의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정확한 진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아직 정부의사고수습대책 마련에 불만이 있는 듯하다. 민심의 향배를 너무 모른다는 볼멘 소리다.
박범진대변인은 담화와 관련한 논평에서 "국정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직접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는 입장을 밝히고 국정쇄신을 다짐한 만큼 야당은 내각총사퇴와 같은 정치공세를 중지하고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할뿐 별로 다급한 인상은 없다. 민자당으로서도 국회가 파행운영되는 게 별로 손해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야당이 불응하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빌미로 느긋하게 시간벌기에 들어간 것 같은 인상을 지울수 없다.
민자당은 또 이번과 같은 사고가 {변환기였던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진단아래 내각총사퇴등 정치공세에 매달리는 민주당과달리 근본적인 처방마련이 더 급하다는 견해다. 이에따라 당정은 황급히 25일아침 성수대교사고와 관련한 제반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 자리를마련했다. 대책수립에 분주한 모습을 보여주고 고민하는 흔적이라도 남기자는 차원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아직 당일각에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수습대책에 대해 "아직 민심을 너무 모른다"며 불만을 털어놓는 인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때문인지 당지도부는 대야당전략보다는 당내불만 잠재우기에 더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 김종비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방적으로{입조심}을 당부했다.
**민주당**
민주당은 24일 오전 김영삼대통령이 이영덕총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소식이전해지자 다소 흥분된 표정을 띠며 내각총사퇴의 고삐를 더욱 바짝죄고 있다.민주당은 특히 김영삼대통령의 24일 대국민사과에서 내각총사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자 박지원대변인은 담화직후 성명을 통해 {또하나의 변명이며 책임회피}라며 즉각적인 반발을 보였다.
박대변인은 "김대통령은 내각총사퇴만이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있으며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을 얕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못막는 날이 온다"면서 내각총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사실 당지도부도 24일 하루 내각총사퇴의 주장수위와 향후대처방법을 놓고다소 의견이 엇갈려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민심을 반영하듯 내각총사퇴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며 매우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대통령이 사과한다지만 대통령사과가 도대체 몇번째냐. 개과천선이란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일로 옮겨간다는 뜻인데 착한 일로 옮겨간게 뭐 있나"(박석무의원) "내각총사퇴를 계속 촉구하면서 국회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살영석의원) "내각이 총사퇴하고 새로운 거국내각이 들어서야 하며 내각사퇴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박은대의원) "정치권전체가 자책하는뜻에서 검은 리본을 달자"(류인학의원) "지금은 오히려 대통령이 책임져야할시점이고 대통령에 대해 자진사퇴요구를 해야할 상황이다"(허경만의원) 집권여당의원들의{입조심} 양상과는 극단을 이루는 발언들이 계속됐다.한편 민주당은 25일 오후2시 의원총회를 갖고 오전에 현장으로 급파된 충주호 유람선사건진상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또 성수대교붕괴에 대한 처리과정과김영삼대통령의 사과에 대한 원내대책등을 논의하기로 했다.박지원대변인은 충주호유람선참사와 관련, 논평을 내고 "이번 사고는 새로운사고가 아니라 위도 서해페리호사고1년만에 같은 종류의 사고를 대책없이 재상영하고 있어 김영삼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이기택대표도 아침자택에서 "사회의 인성이 무너져 인명존중사상이 마비가되었다. 안내방송한번 없이 원시적인 사고가 또 일어났다. 모든 것은 도덕성파괴와 가치관전도에서 나온 것으로 대책마저 아무 필요없는 현실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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