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격언에 {공피고아(공피고아)}란 말이 있다. {상대를 공격할 때 먼저 나를 돌보라}는 뜻이다. 뻗고, 젖히고, 끊고, 잇고, 이리치고 저리치고 정신없이 상대의 말(바둑)을 공격하거나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내 말에 허점과 흠집이 생기고 아차 하고 정신을 차릴 때는 벌써 적진 깊숙이서 허우적거리는나의 말을 발견하고 몸부림치게 된다.3백61점 바둑판의 운석은 그 수가 오묘하고 파란만장한 경영이 흡사 인생여정과도 같다. 우리 인생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뒤돌아 보면 어느새 달려온 길이 아득하고 탄탄대로라고 여겨지던 길엔 여기 저기 미로가 보이고 옥답이라 여겨지던 삶의 터전엔 억새와 잡풀이 돋아나며 팬 웅덩이엔 빗물이 고이기도 한다.
꽃 피고 지는 봄, 녹음방초 우거지던 여름이 가고 풍성히 열매 맺던 가을마저 무너져 내리고 불쐰 오징어처럼 구겨져 나뒹굴며 오스스 떨고 있는 낙엽,앙상히 허공을 향해 바람을 탄주하는 나뭇가지의 떨림, 총총히 서두르는 사람들의 발걸음, 이 모든 만추의 서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나온 여정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가족이란 의미, 친지와 친구, 동료와 선후배, 이 세상을 함께 걸어온 지인들그리고 다정했던 연인, 이 모든 존재들이 인연의 고리와 나를 축으로 돌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무언의 교훈을 준다.
{너무 숨가쁘게 돌아가지 마라, 휩쓸리지 말고 너의 중심의 축을 찾아라, 늘겸허하게 너의 말을 돌보라?}라고 외치는 듯도 하고 {만추 뒤엔 겨울이 이어지고 그 다음엔 봄이 오지만 지나간 그 겨울과 봄은 결코 우리앞에 다시 다가서지 않는다}라고 바람결에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는듯 하다. 이 가을 모두들자신의 위치를 한번쯤 돌아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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