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살 청년이 백발되어 돌아오다니..."

[꿈이 드디어 현실로 되살아 났습니다. 43년간을 죽은 줄로만 알고 체념하고살아왔는데 살아서 돌아오다니 믿을 수 없어요]6.25동란중인 지난 51년 5월 중공군에 포로로 붙잡힌 뒤 북한에 억류돼 죽은줄로만 알았던 동생 조창호씨(64)가 북한을 탈출,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조씨의 가족들은 큰누님 창숙씨(74.전건국대 가정대학장)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에 달려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큰누나 창숙씨는 [처음 당국의 연락을 받고도 믿지 않았는데 어제 서울 중앙병윈 입원실에 누워있는 동생을 보고서야 살아있는 것을 사실로 믿게 됐다]며 [20대 청년의 앳된 얼굴로 생이별했던 동생이 이제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돌아오다니 가슴이 미어지는듯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창숙씨는 또 [동생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서초동 집으로 거처를 옮기도록해 여생을 동생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귀순한 조씨는 2남5녀중 셋째로 태어나 51년 1.4후퇴 때 학도병으로 징집을당한 뒤 소위로 입대, 백마고지 전투에서 실종된 것으로 통지됐다.조씨는 상기된 얼굴로 [13년간 교화소 생활을 하고난뒤 또다시 13년간 지하막장에서 강제노동을 하면서도 내가 묻힐 땅은 이북땅이 아니다. 나는 살아서형제들을 만나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난 92년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탈출시기를 엿보던 조씨는 [지난 10월3일 비오는날을 이용해 쪽배를 타고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한뒤 중국교포의 도움으로 어선을 타고 남한으로내려오게됐다]고 탈출경위를 설명했다.

지금껏 가족들은 아무도 조씨가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믿음이 남달리 강했던 어머니 이곤옥씨(사망당시 84세)만은 [아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며 평생을 기다렸으나 살아서돌아온 아들의 손목 한번 잡아보지못한 채 지난 82년 한많은 인생을 마감했다고 가족들은 회고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조씨의 조부 조익수씨(사망당시 90세)는 당시 평양에서는유일한 광혜원 출신의 양의사로 남달리 교육열이 강해 자식들을 모두 외국으로 유학시켜 신학문을 배우게 했다는 것.

가족들은 [아버지 조영국씨(사망당시 72세)가 아들이 북한군 포로로 붙잡혀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으로 동란 후 포로교환 당시 명단을 확인하면서 숱하게 고생한 것은 물론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에서 다른 가족들이상봉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오열하곤 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