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무기력 중증

최근 꼬리를 물고있는 공직자비리와 민생치안 불안, 대형참사로 나라가 어려운 국면에 빠져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민자당이 과연 이같은 난국타개를위해 무슨 역할을 했느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성수대교 붕괴사고로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국민앞에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내각수반인 이영덕총리가 사표를 제출했다 반려되는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김종비대표가 이끌고 있는 민자당은 그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

특히 그동안 기회있을때마다 국정운영에서 당우위를 강조해온 마당에 위기상황을 맞았는데도 집권 민자당이 파고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민자당은 뒷짐지고 방관하는 정도가 아니라 엊그제는 당지도부가 위기에 처한 정부를 꼬집고 비트는 일까지 눈에 띄고 있다는게 당내외 인사들의개탄이다.

성수대교 붕괴와 충주호 유람선 화재참사가 일어난 직후 민자당이 한 일이라고는 극히 제한된 것 뿐이었다.

고위당정회의를 한차례 열어 정부가 마련한 잡다한 대책을 논의하고 재해대책위원회를 소집, 유족과 부상자들을 조문.위로하며 몇백만원씩의 위로금을전달한게 한일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김대표는 전날 박정희전대통령 추도식에서 최근 잇단사고가 자신이 몸담았던구정권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말을 한데 이어 27일에도 전남 장흥.고흥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야당측의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제출을 비판하는 정도였다.

문정수사무총장도 "성수대교 사고는 분명히 부실시공에서 비롯된 것"이라며"과거의 잘못 때문에 현정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책임을 구정권에 떠넘기는 모습만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구여권출신들은 "그것 봐라"고 마치 경험있는 5.6공 인사를 기용하지 않은 탓에 대형 사건.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처럼 비아냥거리고 있다.심지어 "이런 상태에서 내년 지자제선거는 망친게 아니냐.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당이 남아 나겠느냐"고 극언하는 세력까지 나오고 있다.집권당의 이런 무기력증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당지도부에서 찾을수 있다는게 당내의 일치된 의견이다.

특히 지도부안에서도 최소한 표면상 김대통령으로부터 당운영권을 받아쥐고있는 김대표의 역할과 현실인식에서 문제를 찾는 소리가 없지않다.김대표가 성수대교와 유람선 참사가 벌어진 후 한 일은 한차례 고위당정을주재하고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말조심하자"고 당부한후 지방에서 열리는 지구당개편대회에 참석, 치사를 낭독한 것.김대표 스스로도 일련의 대형사고의 책임이 어느정권에 있느냐는 논란의 와중에서 "과거의 누적된 잘못이 표출돼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3, 4공 핵심으로서 자책한게 사실이다.

지난 25일 고위당정회의 인사말에서 "국무총리가 책임진다고 했지만 혼자서할일도 아니고 나눠서 책임을 질일"이라고 {책임 분담}을 강조했다.그러나 김대표는 그로부터 불과 하루가 지난 26일 박전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요즘 가신 어른에 대해 뭔가 훼손하는 것이 마치 이시대 자기를 현시하는 것으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구정권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시각들을날카롭게 반박했다. 한마디로 지금 이만큼 살게되고 내로라 할수 있는 것도모두 박전대통령이 이끈 구정권의 공이라는 그의 평소 사고의 편린을 엿보이게 하는 말이다.

민자당은 지금 확실히 중증의 질환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민정.공화계는 큰일이 터져도 그것은 실세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뒷짐지고 있고 민주계내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계 실세인 김덕룡서울시지부위원장이 중앙당지도부를 공격한 것으로 보도되자 문정수사무총장은 김위원장에게 "할말이 있으면 당에 와서 직접해야될 것 아니냐"며 보도경위와 발언의 진위를 따졌다는 것.

내년 4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을 뿐 아니라 남북한 상황및 주변국가들과의경쟁관계등을 비추어 볼때 집권 민자당이 모두 손을 잡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서로 손가락질만 하거나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되겠느냐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당을 비판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는 행정부의 한 고위인사도 "우선 민자당이중심을 잡고 정국을 안정시키면서 남북관계등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현재당 모습을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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