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다 이색적으로" 급변하는 신세대 문화

지난 26일 오후9시 대구시 서구 평리동 H카페. 10여명의 20대 남녀들이 중앙에 놓인 당구대와 농구대, 다트(Dart)게임판 앞에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이들은 한편에서는 생맥주를 마시고 한편에서는 당구 등의 게임을 즐기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스포츠바}다.일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라이브카페도 생겨**

신세대 문화의 확산과 함께 이같은 형태의 스포츠바 외에도 드럼과 전자기타까지 갖춘 라이브카페, 테이블마다 전화기를 둔 찻집 등 기존 관념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여러가지 문화공간이 점차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이른바 X세대들이 즐겨찾는 서울 압구정동 홍대앞 등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 대구에도 등장, {대구판압구정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신세대들이 즐겨찾는 곳은 흔히 {압구정식} 혹은 {신촌홍대앞식}으로 불린다.로바다야끼나 록카페 등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공간은 이미 낡은 형태의 공간이 됐다는 평가도 신세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무언가 색다르고 특이한 것을 찾아다니는 신세대들이니만큼 그 취향에 따라그들이 찾는 문화의 현장도 시시각각 변해 조금만 떨어져 있으면 금새 생소한 것 투성이가 돼버린다.

**변두리까지 급속 확산**

신세대들이 즐겨찾는 문화공간은 우선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에 의해 그 지역이 엄청나게 넓어졌다. 차를 가진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동성로를 중심으로 대구시 중구 일대에 밀집해 있던 카페 레스토랑 등이 수성구와 달서구등 중심가에서 먼 지역까지로 확대된 것.

수성구 범물동 구석지역에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십여개의 카페 레스토랑등이 생겨 차를 몰고 찾아오는 신세대들로 성업을 이루고 있다. 25일 오후9시수성구 범물동의 P라이브카페. 10여평의 공간에서는 십여명의 손님들이 다섯개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무대를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드럼과 전자기타, 전자오르간이 빽빽이 들어찬 무대에서 네명의 주자들이 쏟아내는 연주와 노래는 방음장치가 된 카페 내부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손님 김모씨(22)는 "집은 달서구에 있지만 음악이 좋아 찾다보니 이젠 단골이 됐다"며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보컬의 연주를 듣다보면 오히려 마음이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개별 전화 찻집도**

무선호출기보급이 대구지역에서만 50만대를 돌파한 것도 신세대들의 문화유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남구 대명동 계명대학교 앞에 문을 연 S커피숍은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설치돼 삐삐를 가진 학생들 사이에는 더없이 편한 장소로 소문이 나있다. 전화를걸기위해 공중전화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피해 이곳을 찾는 학생들도 많다.

25일 오후4시쯤에도 다이얼을 돌리거나 통화를 하는 학생들이 십여개의 테이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방에 설치된 전화기는 세 통의 전화를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키폰 3대와테이블에 놓인 전화기 15대.

주인 강인묵씨(36)는 "이곳을 찾는 대부분이 강의실이나 거리에서 삐삐를 받거나 보내야 할 형편에 있는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간도 보편화 신세대가 찾는 대부분 공간들이 소비성과 일회성이라는 비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첨단신세대들이 찾는 컴퓨터화된 공간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

젊은층의 컴퓨터문화가 일반화되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이러한 점을 고려, 커피숍과 전산실 자료실등 여러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공간이 생겨나고있다.

이달초 북구 복현동에 문을 연 컴퓨터사랑방에는 486컴퓨터 7대와 프린트기등을 설치해두고 갖가지 자료와 정보가 입력된 수백장의 CD-ROM을 진열, 컴퓨터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보이용료 5백원의 싼 가격에 커피와 소설, 만화까지 있어 쉬어가며 컴퓨터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큰 환영을 받고 있다.

게다가 노래 영화 게임 뿐만 아니라 영어회화 신문사설 칼럼등 엄청난 정보를 내장한 CD-ROM은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도서관의 역할을 한다.김모군(20.경북대 공대2년)은 "이곳의 CD-ROM과 스캐너 컬러프린터까지 갖춘컴퓨터로 다양한 도표와 색상까지 곁들여 리포트를 작성할 수 있다"며 "피로를 풀어가며 작업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컴퓨터와 복합된 문화공간은 이미 전국적인 체인망을 가지고 사업범위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으며 신세대들의 호응에 힘입어 점차 보편화될 전망이다.

**{X세대} 이중성 뚜렷**

X세대라 불리며 자기중심적이고 소비.향락적이며 무분별한 외래문화 추종자들로 비판받는 오늘의 신세대.

그들이 떼지어 몰려다니던 록카페, 로바다야끼 등의 유행속에서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이같은 현장은 아직 소규모지만 신세대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X세대 어쩌구하는 이야기는 일부 젊은층의 잘못된 문화를 기성세대가 자의적으로 평가한 결과라고 봅니다. 자기 주장과 개성이 강하다는 점이 대중사회에서는 오히려 훨씬 긍정적일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츠바에서 만난 한 학생은 신세대문화가 기성세대에 비해 오히려 건전하고 실용적이라며 일방적인 비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서울과는 또 다른 대구의 신세대. 그들이 지금 보여주는 풍속도속에는 분명그간의 걱정을 떨칠만한 어떤 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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