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낙엽을 밟으며

오랜만에 뒷산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 산기슭의 마른 풀숲에는 군데군데 들국화가 별처럼 박혀 있었다. 숲길에 들어서니 낙엽이 제법 쌓여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이른 아침 모처럼 밟아보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며칠 전 그 아이를 생각했다.남먼저 등교한 그 아이는 화단 나무밑에서 밤새 떨어진 나뭇잎을 열심히 쓸고 있었다.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한참 동안 보다말고 말을 건넸다."얘야, 거기 있는 나뭇잎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겠니?"아이는 비질을 멈추고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당번에 대한 책임감은 가졌지만, 계절의 정서를 미처 느끼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각박해진 오늘의 사회상을 생각했다.

나날이 우뚝우뚝 솟고 있는 도심의 콘크리트 구조물속에서 메말라가는 정서를 무엇으로 살찌워 줄것인가?

"학교 나무밑의 나뭇잎은 그대로 두어서 어린이들이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줍시다"

우리 선생님께 이런 제안을 선뜻 해보았다.

사철의 변화가 뚜렷한 이땅의 가을을 가까이서 체험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아름다움을 아름답게 느낄 줄 아는 정서를 갖게 하자는 것이었다.대구시에서는 올 가을 한달동안 "낙엽이 있는 거리" 4곳을 지정하여 시민들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정신 건강을 위한 멋진아이디어이다.

이제 서둘러 저만치 떠나고 있는 가을. "낙엽이 있는 거리"를 아이들과 손잡고걸으며 함께 "낙엽제"라도 올리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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