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기적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척추 수술시 수혈의 잘못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고통과 수모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는데 그 아들이자살 방조 혐의로 입건되었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아버지의 수술이 떠올랐고 혹시, 하는 기막힌 생각이 영감처럼 내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규명 작업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았다.그러나 나는 집요하게 매달리고 물고 늘어졌다. 협박도 하고 회유도 하고 나중엔 양심에 호소했다][그래서 밝혀 냈니?]
언니가 맥주를 홀짝이며 물었다. 어느새 언니의 눈두덩도 술기운이 올라 불그레해져 있었다.
[공혈자를 추척 조사해 본 결과 항체 양성자임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거야][세상에]
아람처럼 벌어진 언니의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았다. 방안은 큰오빠가 내뿜은 담배 연기로 자욱했지만 이제 그것이 맵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 앞에 놓여진 캔사이다도 반 넘게 비어 있었다.
[그럼 형,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
작은 오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작은 오빠의 눈자위는 눈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성우가 잘 물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나는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스스로 사직서를 써야 할지도 모르고 승혜도 주위의눈총때문에 결국 자퇴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일상적인 생활의 접촉에서는 전혀 전파력이 없음에도 이 사회가 이 병을 경원하고 천형병시하는 한. 그래도 우리는 싸워야 한다. 제이 제삼의 불행을 막기 위해서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정부와 당국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투쟁해야 한다. 박종철 열사가 꺼져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 등불에기
거기서 잠시 말을 끊은 큰오빠가 차분한 목소리로 작은오빠의 물음에 대답했다.
[제일 먼저 아버지를 설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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