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청와대 불상과 성화

청와대 뒷산의 불상이 지난 10월27일 출입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청와대의 불상을 치워버려 그 분노 때문에 대형사고가 잇따른다는 소문이 서울은 물론, 외신을 타고 해외에까지 보도됐으니 청와대로서는 엄존한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다음에는 옮긴 자리가 잘못되어 그렇다는루머가 퍼졌다. 교회는 교회대로 찬송과 기도를 열심히 하지 않아 사고가 잦다고 했다.청와대에는 대형 성화가 곳곳에 걸려 있다. 지방 관공서에서는 엄두도 못낼일이다. 그러나 나라의 최고 공관이라고 해도 주인에 따라 종교색이 달라지는것은 이해할 수 있다. 모일간지에는 청와대의 불상을 치워야 한다는 장로교회의 광고도 나왔다.국상이 났을 때 의전상 모든 종교의식을 집전케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차별을 두지 않으려는 정책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불상을 치운다면 성화도 치워야 한다는 논리에 닿게 된다.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치유하지는 않고 편견을 갖는 것은 우려되는 바가 크다. 종교적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국민들도 원하지 않는다.

불상을 옮겼다는 이유로 노했다는 소문은 믿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마음좁게화내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로사고, 배사고, 비행기사고, 다리사고, 호수사고는 노여움의 표시가 아니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오늘날의 총체적 부패와대형사고를 만들어낸 중생들의 끝없는 탐욕과 이기심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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