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식인들이 현 시기처럼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회의와 무력감을 느껴본 적도 많지 않을 것 같다.동구권, 특히 소련의 와해에 따른 동요와 최근 정보통신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지식의 대중화 현상으로 지식인들은 혼란 속에서 '전망'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문학과 지성'겨울호는 '한국 지식인의 위상과 역할'이라는 지상토론을 통해 이 시대 지식인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끈다.
문학평론가 정과리씨(충남대 교수)는 '벌거숭이 지식인'이라는 발제문에서정치 앞에서의 위기,대중 앞에서의 위기, 기술 앞에서의 위기라는 3중의 위기 속에서 지식인의 자기 성찰과 세계의 구성적 이해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정씨에 따르면 개화기 이후 한국의 지식인은 서양문화에 대해 '주체화'와 '이상화'라는 두가지 반응을 보여 왔는데 이상화를 택한 지식인의 경우 4.19이후 언제나 한국 사회변혁운동의 핵심에 있어왔다. 그러나 사회주의권 붕괴와 문민정부가 들어선 90년대 이후 이들은 "고뇌의 빈곤, 논리의 빈곤, 현실성의 빈곤, 수의 빈곤"등 4면의 빈곤에 빠져있어 '이념의 그레샴 법칙'만 무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하고 있다.또 정보화 사회가 본격화하면서 대중들도 더 이상 우월한 다른 집단의 지시에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대중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회의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소설가 복거일씨는 대중매체의 보급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지식의 값이 싸지고 대부분의 대중이 지식인이 된 것이 지식인의 위상을 하락시키는 원인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앞으로는 지도자로서의 지식인 자리를 인공지능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임상우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이른바 '진보적 운동 세력'까지 '이익의 유대 공동체'에 속해 있고 '심정의 윤리'에 머물러 있어 엄격한 비판에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점이라며 행동의 결과를 염두에 두는 '책임의 윤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사회가 기능화되고 전문화될수록 비판적 지식인의 사유작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이 사회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고송호근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인문주의적 지식인들은쇠락을 기다리거나 공모와 타협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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