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중심 국제질서와 팽창주의가 한물 가기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도 안된 일이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는 대국주의적 방만이 자취를 아주 감춘것은 결코 아니다.지난날엔 총독통치나 이념의 강요로 사나운 얼굴을 한 대국주의가 지금은 시장개방이라는 또다른 탈을 쓰고 나타나고 있다. 무역(팽창)과 실속 (국가이익)을 챙기는데는 미국만큼 철저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식민지확보 경쟁에서 유럽나라들에게 한발 뒤진 미국이 일찌감치 해외시장에 눈독을 들여 문호개방을 요구하고 사불여의하면 무력으로 윽박질러 기어이 뜻을 이루고 만다.세계적으로 양담배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최근 미국 언론보도는 그 좋은예.
미국내 소비는 지난 10년간 20%나 줄었는데도 해외수출은 3배나 늘고 있다는것이다. 특히 양담배 수요가 급증하는 곳은 아시아와 동유럽 나라들. 해마다온 세계에서 3백만명이 담배로 인해 죽는 실정이고 흡연이 폐암이나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으로 몸에 아주 해롭다는 것이 증명되어 금연운동이 본격화한 미국에서 정부가 담배수출에 발벗고 나섰다는 것은 아무리 무역적자해소가 급하다고 하더라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담배수출로 지난 5년간 미국무역적자는 2백35억달러였다.
한사람이1년에 3천10개비를 피워 폴란드, 그리스, 헝가리, 그리고 일본에 이어 세계 5위에 들어있는 한국은 미국정부의 끈질긴 압력에 굴복, 몇년전 양담배 수입판매를 시작했다. 일본과 대만, 그리고 태국도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지금 한국등 아시아 나라들에게 양담배 국내선전을 자유롭게 허용하라고 또 야단을 치고 있다. 작년 이 네 나라가 미국서 사간 담배는 모두 6백50억개비로 광고만 하게되면 그 판매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무역보복과 같은 노골적인 협박 말고도 담배제조업자들의 저명한 로비스트동원 같은 '미인계'도 잘 먹혀든다. 백악관 고위관리나 무역대표부 대사를 역임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담배업자들에게 고용돼 판촉업무를 맡고있다.레이건의 안보담당 보좌관이었던 리처드 알랜은 RJ 레이놀드사 로비스트로한국의 양담배수입에 한몫 거든 사람이다. 그는 경쟁사인 필립모리스사가 민주당 자금줄이라고 한국정부에 '귀띔'을 해주기도 했다. 당황한 필립모리스사가 역시 레이건의 고위 참모였던 마이클 디버를 고용하여 역공을 가했다.또 레이건과 부시 두정권의 무역대표부 대사출신 클레이턴 야이터와 그의 후임자였던 칼라 힐즈도 레이놀드사와 필립모리스사에 번갈아 가며 고용된 로비스트였다. 이들이 받는 사례금은 한번계약이 25만달러(2천만원)나 된다고한다.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팽창모순은 반도덕성을 동반한다. 이란-콘트라 사건 무기수출대행업자로 기소된 아랍인 아드난 카쇼기가 한 텔레비전 기자와의 회견에서 "돈이라면 제 어미도 팔 사람들, 그게 바로 미국인들이다"고 혀를 찼다. 아무렴 제어미를 내다 팔 사람이 있을까마는 남이야 사먹고 죽건말건 장사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지도국가를 자부하는 미국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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