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대졸자 구직난과 하향취업

대학졸업자의 구직난이 심각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실업자중 전문대학 졸업이상의 고학력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80년8%에서 지난해는 25.6%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전국 6대도시 근로자 6천4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대상자의 51.4%만이 자신의 교육수준에 맞게취업했고, 35.4%는 교육수준보다 낮은 직종에 하향취업한 것으로 밝혀졌다고한다. 특히 대학졸업자의 51.9%와 전문대 졸업자의 47.5%가 각각 교육수준에비해 낮은데 취업한 것으로 나타나 고학력자의 하향취업이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지금은 대졸및 대졸예정자들이 취업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 바쁜 시기이다.노동부는 국내 50대 대기업가운데 이번 하반기에 대졸자를 채용하는 기업은40개이며 그 인원은 1만5천명으로 지난해 채용인원보다 9.5%가 늘어났다고했지만 구직난은 여전히 심각하다. 대구.경북지역의 대졸예정자는 약3만명,대졸취업대기자 1만명을 합쳐 4만명에 이르지만 대기업 중소기업등의 채용계획인원은 6천-7천명에 불과하다.

고학력자가 취업을 못하거나 교육수준에 비해 하향취업을 한다는 것은 고학력 인력의 수급이 균형을 잃은것이다. 대졸자가 일자리에 비해 양산되었거나일자리가 대졸자를 모두 수용할만큼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운데 어느하나인데, 대부분의 견해는 대학입시과열에 의한 대졸자의 양산에 있다는 것이다.취업을 희망하면서도 일자리가 적어 취업을 못하는 본인으로서는 이보다 더한안타까운일은 없을것이다.

고학력사회도 한계가 없는건 아니다. 학력간 임금격차가 없어져 고학력이 유리한 투자가 되지 못할때, 학력과 관계없는 매력있는 직종이 늘어날때, 고학력의 과잉으로 그 지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때, 고학력이 곧 고내력이란 등식이 깨어질때에야 고학력풍조가 사라지겠지만 현재 우리의 여건으로는 고학력선호경향이 쉽게 사라질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수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입시과열을 진정시키기위해 대학입학정원을 무리하게 늘릴것은 아니다. 대학수업을 하는것이 않는것보다 노동력의질향상을 위해 물론 필요한 것이지만 대졸자의 실업률이 높아져 고학력자가일을 못한다는것은 사회적 낭비가 아닐수 없으며 사회안정에도 역행하는것이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뿐아니라 고학력사회가 능력사회가 되도록 고치는 노력을 부단히 해가야 한다. 먼저 학력간 임금격차를 좁히는 일에서부터, 젊은이에게 매력있는 새직종을 많이 개발하며 그런일을 하는민간기업을 지원하는 시책등을 펴가야 할것이다. 일자리를 만들어주는일, 그것은 어느 경제시책보다도 정부로서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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