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세계화와 세도

{세계화}라는 용어때문에 심심치가 않다. 관계나 학계 경제계 심지어 언론계등에 이르기까지 이를두고 제각기 한마디 혹은 그이상 언급치 않는곳이 없다.그동안 갈고 닦은 {국제화}란 말과 무엇이 다른가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어느덧 이 말에 힘주기를 좋아한다. 신발산업이 곤두박질 치는것과 관계없이 새운동화로 갈아 신으면 좋은듯이 {국제화}의 상위개념이 {세계화}라고 높은 양반들이 정의해 버렸으니 좋아할수 밖에 없다.**세계경영 꿈꾸는 나라**마라톤을 제패해놓고도 세계화를 위해 {대책위}를 구성해야 하는 나라. 꼭대통령의 집권시기를 대나무 쪼개듯 분할해서 이것과 연결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나라. 모래만큼 많은 각종 위원회로 정치 경제의 개혁을 지나치게 강조했는데도 튼튼해야할 다리가 무너지고 세도가 횡행하는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수출하면서 다이아몬드는 밀수를 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세계경영을 꿈꾸는 나라.

어딘지 모르게 한구석이 비어있다. 문제는 그 빈 구석을 메우려는 층이 너무엷다는 점이다. 오히려 고의적으로 메우기를 회피하려 든다. 지구전체를 우리의 활동영역으로 삼기위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균형잡힌 인식을 갖추는게 필요하다고 입으로 역설만 하는 불균형을 깨뜨리기전에는 빈 구석은 메워지지 않는다.

**작은 것부터 찾아야 **

TV를 잘 만드는것은 기술이다. 시장에 내다 많이 파는것 또한 기술이다. 여기다 한가지 더 덧붙일수 있다면 그 TV를 통해 우리를 꼭 보게하는 기술이다.값싸고 성능만 좋은것에 그치지 말고 화면에 비쳐지는 강렬한 우리의 이미지를 보여줄수 있을때 우리는 이미 세계화를 이행하고 있는것이다.비단 TV화면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미켈란젤로의 바티칸벽화 보수비를 일본기업이 맡은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중국의 돈황석굴 보수유지비도 일본인들이 냈다. 석굴입구에는 유지비를 낸 일본인의 큰 얼굴모습이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매일 비쳐진다. 관광객들은 그 얼굴이 보기 싫어도보아야 한다. 이는 일본인들의 세계화 한 토막에 불과 하지만 인상은 웬만해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강도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는 별것 아닌것 같은데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업을 초 일류로 키우거나 빈 독에 물붓듯 그것도 달러로 다른 나라에 현금지원해주는 것도 분명 세계화의 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의 것과 비교한다는게 묘한 갈등을 느끼게 하지만 세계화를 너무 엄청나게 보는 시각부터 고쳐야 한다. 한꺼번에 이뤄지는 세계화는 한꺼번에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임을 다시 한번 직시해야 한다.

스님들이 중요시하는 말중에 {부립문자}라는 구절이 있다. 문자로써 세우지않는다는 이 경구가 요즘 {세계화}와 {국제화}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하는 많은사람들에게 정확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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