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쌀 주산지인 지역에서는 90년대 초부터 좋은 종자와 정밀한 가공과정으로 뛰어난 품질의 쌀을 상품화하면서 소비자와 판매망 확보노력이 산지별로 치열하다.경북지방에는 예로부터 명성높은 의성 안계미를 비롯, 함창미(상주), 선산미, 안강미(경주), 경주미, 용궁미(예천), 예천미, 흥해미(영일)등이 저마다높은 품질을 뽐내며 시중에 선보이고 있다.
또 앞으로 1~2년 안에는 금성미, 다인미(이상 의성), 산양미(문경), 연일미(영일), 압량미(경산), 상주미등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쌀 춘추전국시대'(?)를 맞게될 전망이다.
어떤 쌀이 가장 좋은 쌀일까. 전문가들은 밥을 했을때 차지고 기름진 쌀을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으나 소비자의 입맛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홍보의 노력과 함께 품질개발에도 힘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있다.경북지방의 쌀은 경기미나 호남미보다 짭짤한 맛을 지닌것이 특징. 농민들사이에선 상대적으로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는 경기미의 경우 경상도 사람입맛에는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낙동강물로 밥한 경기 쌀보다 경북쌀을 낙동강물로 밥했을 경우가 경북사람들의 입맛에 훨씬 알맞고 반대로 경북 쌀을 한강물로 밥했을 경우 경기미를 한강물로 밥한 것보다 맛이 못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쌀이 그 지방의 토양과 관련이 있으며 그 지역주민들의 입맛을 형성했다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경북 쌀이나 다른 지역의쌀을 막론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와도통하는 말이다.
쌀이 본격적인 상품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난 91년부터 실시한 미곡 종합처리장 설치사업으로부터 비롯된다. 이전에 통일벼등 다수확위주의 정책으로 치달아왔던 쌀농사는 다각영농의 필요성과 우루과이라운드로대표되는 국제적인 압력에 대항해 양보다는 질 위주의 쌀 생산정책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따라 일본의 형태를 본뜬 미곡종합처리장이 정부와 농협의주도로 쌀 산지에 차례로 세워지기 시작했고 거기에서 상품화된 쌀이 나오게됐다.
미곡종합처리장에는 일반 도정과정에서 볼 수 없는 습식연미과정과 색채선별과정이 있어 쌀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습식연미과정은 쌀에 증기를 뿜어넣어 표피에 묻어있는 등겨를 떨어지게 하고 색채선별과정은 색깔이 떨어지는쌀을 분리해내는 작업이다.
지난 91년 이런과정을 거쳐 처음으로 탄생한 '안계청결미'가 나오면서 '씻지않고도 밥할 수 있는 쌀'이라 하여 화제가 됐었다. 현재 시중에서는 안계미가 수요나 시장확보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선산미, 안강미, 함창미등이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이러한 특산미들은 대구시내 39개 농협 점포를 비롯, 농협점포망에서만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망을 뚫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보통 1개 점포에서 2~3개 쌀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데 안계미 같은 경우 나오기가 바쁘게 점포를 차지하는 형편이라 느긋하면서도 후발주자들의 접근을따돌리려 하는 입장이고, 다른 제품들은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담당자들이각 농협 점포에 얼굴을 자주 내밀거나 옷 자락을 잡고 늘어지는 등 뜨거운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주 함창미의 농협 담당자인 우병환씨(40)는 "예로부터 삼백의 고장으로 이름높은 상주의 산품중 하나인 함창미의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 고충이 많다"며 "함창미의 경우 대구 일부지역과 울산, 서울 양재동에 판매망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품질개발과 홍보 확대를 통해 판매망과 수요를 늘리는데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특산미가 소비자층에 더 파고 들기 위해서는 일반점포로의 확대가 시급한 실정이다. 농협관계자들은 일반점포망으로 판매를 넓힐 경우 일반 도소매상에게 금전 보증을 확실히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있으나 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농협도지회 판매과의 채원봉 대리(36)는 "특산미의 상품화는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쌀도 본격적인 경쟁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나 곧 닥칠 외국수입쌀과의 한판 경쟁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즉 우리 입맛에맞는 쌀로 우리 시장을 지키는 데 특산미의 무거운 역할이 주어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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