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 엄마 일기 자식꽃

며칠전 여름옷가지며 가구정리며 해서 딸아이(중2)의 방을 청소했다.그런데 너무 어이없고 한숨이 절로 나와서 옆에 있으면 따귀라도 몇대 칠것만 같은 심정이 되었다.인기탤런트 남자사진 하며 대중가요집, 게다가 노트는 반도 쓰지 않은채 낙서·인형그림에다 반쯤 쓰다버린 지우개는 한움큼이나 되었다.학용품 아껴쓰기를 어릴적부터 침이 마르게 들어왔을 터인데 종이 한장의 소중함을 모르고 이렇게 낭비를 하다니.

아비없이 키워온 하나 자식이라 행여 기죽을세라 나는 딸아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다 들어 주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일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나는 다음 노트들을 정리하는데 국민학교 3학년때 쓴 빛바랜 누르스름한 일기장이 나왔다.'○월 ○일. 오늘 따라 유난히 날씨가 덥다.

이 무더운 여름이 어서 지나가고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나는 가만히누워있어도 이렇게 더운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식당주방에서 엄마께선 얼마나 덥고 힘드실까.

내가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해서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인데 책상앞에 앉았다하면 잠이 온다. 하나님 제발 잠 안오게 해주세요' 지극히 간사스러운것이 인간의 마음이라했던가.아까의 그 분노는 봄기운에 눈 녹듯 사라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가엔이슬이 맺혀 왔다. 천방지축 망나니가 그토록 기특한 생각을 내심 가졌었다니.

이제서야 고생한 보람이 있고 한결 힘이 솟는 것만 같았다.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영원히 싫증이 나지 않는 자식꽃.

말 안들으면 매질도 하지만 잠잘땐 그 모습이 또 사랑스럽고 안쓰러워 때린종아리를 어루만지며 한없이 눈물짓는 것이 자식 가진 우리 엄마들의 마음이아닐까.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1431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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