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판-'가벼운 읽을거리'득세 지속

올 한해 우리나라 출판계는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한 저작이나 '가벼운 읽을거리'에 머문 '베스트셀러'가 위세를 떨쳐 바람직스럽지 못한 독서경향에 대한 우려감을 더하게 했다.내용의 무겁고 진지함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문명의 총아로등장한 광고란 신무기로 융단폭격을 하기만 하면 가볍고 경박한 것도 하루아침에 각광을 받는 현상이 당연시되는 것이 출판계의 풍토가 돼 버렸다.올 한해 독서계를 떠들썩하게 장식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김진명) '일본은 없다'(전여옥)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김정일) '베니스의 개성상인'(오세영)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원태연)등을 비롯해 우리나라 유명서점들에서 집계한 올 11월까지의 베스트셀러를 보면 거의 대부분 '양서'라기보다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맞게 내놓은 저작이거나 가벼운 터치의 '광고효과'에 따른 읽을거리들이다.

이같은 경향은 시·소설등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자연과학 분야까지 어김없이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서울의 대형출판사등이 자금력을 동원, 대규모 광고공세 등으로 책 1권의 판매부수가 최고 4백만부(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웬만하면 10~20만부 이상 되고 있는 것과 달리 지역 출판계의 현실은 참담한 실정이다.유통·판매뿐 아니라 자금력·필자확보등 모든 면에서 서울에 월등히 뒤지고있으며 대부분 자비출판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발행부수라고 해봐야 수천부를 넘지 않고 있다.

지역의 대형출판사라 할 수 있는 형설출판사,학문사등은 대학교재등 출판영역의 확대등과 사실상 본사기능이 서울에 있는등 탈지역으로 성공한 경우로꼽히고 있어 지역이 주무대인 여타 영세 출판사와는 다소 성격을 달리하고있다.

단행물 출판을 주로 하고 있는 대일,그루,향토,일봉등 지역출판사들은 최근상대적으로 서울에 비해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유통,판촉 분야에 있어서공동대응하기 위해 협의회 구성을 시도하는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대구지역 출판사들은 등록된 것이 2백~2백50군데 에 이르나 실제 활동하는것은 10여군데에 불과하며, 이중에서도 1년에 20~40여종의 책을 발간하는 곳은 대일,그루등 4~5곳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출판관계자들은 가장 지역적인 것에 대한 출판에 충실해야 하나 채산성이 맞지 않는 부담을 안고 있으며 영업력 부족,지역 서점가의 낮은 관심도등도 지역출판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한편 우리나라 출판계는 올 한해 일산신도시의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건설계획등의 희소식이 있었으나 내년의 도서유통시장의 개방에 따른 충격,대여점의 확산이라는 새로운 변수 등장등으로 자생력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