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경찰은 로보캅이나 폴리스아카데미에 나오는 할리우드적인 이미지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독하고 무서운 것으로 소문 나 있다.교통위반 단속 경찰관도 마찬가지로 신호위반 같은 위법에는 가차없이 스티커를 끊는다.
그러나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길의 신호위반에는 가끔씩 '예외'가 통한다.
채소나 과일을 싣고 바쁘게 달리는 차가 급한 마음에 신호를 살짝 위반하면일단 거의 예외없이 단속하고 세우지만 면허증을 건성으로 본뒤 "유(you) 얼리버드(EarlyBird)" 한마디만 하고 그냥 보내준다. '일찍 일어난 새', 남들보다 잠덜자고 새벽부터 열심히 살려는 근면함을 참작해서 봐준다는 뜻이다."Good Luck!"라고 격려까지 잊지 않는다. '일찍 나는 새가 벌레를 더 많이잡는다'는 근면의식을 존중하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쪽이나 다를게 없어선가보다.
요즘 동지가 가까워지면서 밤이 길어지고 있다. 새벽잠이 쉬 깨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때로 아침 눈뜨기가 더 힘든 철이기도 하다.
입시생, 조기회나 아침등산회원, 택시기사, 환경미화원… 우리 주변에도 '얼리 버드'들은 많다.
잠은 덜자고 일과 생각은 더 많이 하는 자가 승부에서 이기는 건 상식이다.그런 '얼리 버드'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지역사회는 더 건실하고 더 빨리성숙된다.
특히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계층이나 지역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공직자들이얼리버드가 될때 그 효과는 더 커진다.
역대 대구시장들은 과연 얼리버드였던가. 얼마만큼 잠을 설쳐가며 지역발전과 대구의 이익을 위해 고심하고 뛰었던가.
도시꼴을 돌아보면 아마도 그들은 교통경찰관이 "Good Luck"하고 봐줄만큼매력있는 얼리버드들은 아니었던것 같다. 최근 논란이 된 삼성자동차 대구유치 하나만 해도 대구의 관료, 경제인, 지방의회, 언론은 새벽 2~3시까지 잠을 안잔다는 얼리버드 삼성 이회장에게 불계패당한 예였다.대구의 기형적이고 선진형 도시발전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사안의 힘겨루기에서 대구시장은 번번히 참패했다.
주위를 돌아보라, 한국의 상징적인 얼리버드 김우중은 도심교통난을 이유로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했던 대우종합빌딩을 도심복판 노른자위 땅에 세우는게임에서 이겼었다.
삼성은 당연히 시민공원으로 만들었어야 할 제일모직 자리에 아파트 지어 팔고 나머지 땅은 대단위 상업용지로 바꿔 꿩먹고 알먹는데 성공했다.코오롱그룹 또한 공장만 빼가고 공원조성 대신 아파트와 복합상가로 팔아치우는데 성공했다.
결국 대구시장들은 매번 도시환경·공해나 교통문제같은 시민이익과 도시발전 보호보다 대기업의 장삿속 쪽에 손을 들어주는데 더 기여했다.싫으나 좋으나 대구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야할 2세들에게 공원없는 회색도시, 대기업 이윤은 있으되 교통해소안은 없는 도시만 물려주는 일에 주저없이 기업편을 들어준 것이다.
물론 반론은 있을수 있다. 예를들면 도심 발전을 위한 대기업 자본의 유치,주택난 해소에 도움이 된 택지해결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재벌들의 생각대로 봐주기전에는 언론이나 지방의회에서또 행정관료쪽에서 반대여론을 주장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결정이 급선회, 재벌편을 들어왔다는데 있다.
반대여론을 폈던 당초의 생각이 틀렸기 때문이라기보다 '얼리버드'들의 줄기차고 은밀한 로비나 포섭의 성공이었다고 보인다.
왜 시장이나 의회는 대구이익에 반하는 결정에 동의해주고 손을 들어주었는가를 따지는 시민도 없다. 그런걸 새벽잠 설쳐가며 따져보는 얼리버드들이없는 도시에는 재벌들의 이익만이 판칠 수 밖에 없다.
내년 자치단체장선거때는 잠만 자다가 재벌에게 도시이익을 내맡기는 시장이뽑혀서는 안될텐데 역대 시장중에는 내년 민선시장 꿈을 꾸며 갑자기 얼리버드가 돼 선거전략 세우느라 새벽잠을 설치고 있는 모양이다.동지섣달 긴긴 밤 누구든 일단 '얼리버드'가 되는건 좋은 일이다.그러나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위해 깨어있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엔 잠자코재벌편만 들다가 민선시장 출마때가 되니까 갑자기 얼리버드가 되겠다는 사람들에게는 Good Luck 격려대신 출마정지 스티커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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