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시작과 끝맺음의 모양새가 좋았다고 해서 중간과정과 결과까지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문민정부 출범후 두번째로 열린 이번 정기국회도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여야의원들이 1백일간의 회기가 끝나는 17일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면서여의도 의사당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파행과 대립으로 얼룩진 이번 정기국회의 어두운 자화상이 포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12.12 군사반란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결정을 둘러싼 여야대립과 한달여에 걸친 국회공전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정기국회는 평균점수에도 미달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여야가 스스로 문민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회상을 정립하겠다고국회법과 제도까지 고치면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새로운 정치를 전혀 구현하지 못했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기국회 기간중 성수대교붕괴참사를 비롯한 각종 대형 사건.사고로 불안에떨고 있는 국민들을 외면한채 야당이 당리당략에 의한 장외투쟁에만 몰두하고 민생현안을 내팽개친 것은 국회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직무유기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최소한의 정치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정치실종}이라는진공상태를 초래한 책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중의 하나다.금년 국회가 첫 문민국회였던 작년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일간의 국정감사를 포함시킨다고 해도 정상 가동된 기간이 전체 회기의 절반도 안된다는 사실에 있다.
정기국회의 자화상을 파행과 공전이라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릴 수 밖에없도록 만든 원인은 12.12 군사반란 관련자 기소유예결정을 둘러싼 여야의 현격한 인식 차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지난 9월10일 개회된 정기국회는 20일간의 국정감사를 성공적으로마치고 이영덕국무총리의 대통령 시정연설대독, 여야정당대표연설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특히 개정된 국회법과 운영방식이 처음으로 적용된 국정감사는 여야와 선삭의 구분없이 의원들이 수준높은 정책질의로 인천세금횡령비리, 성수대교 붕괴, 지존파연쇄살인사건등에 대한 실정을 낱낱이 파헤쳐 그 어느 때보다도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정부질문 첫날인 10월21일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순항을 거듭하던정국전반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총리의 사표반려와 김대통령의 대국민사과담화에 이어 10월28일민주당등 야당의 전국무위원 해임안 부결처리의 수순을 거치면서 중단됐던국회는 10일만에 정상화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11월4일 사회문화분야 질의도중12.12기소유예결정 번복을 요구하고 곧바로 장외투쟁에 들어가면서부터 여야의지루한 대치정국과 공전사태가 벌어졌다.
김영삼대통령이 11월19일 아.태경제협력체(AEPC) 정상회의 참석과 아.태3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여야영수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가는등 정국타개의 길이 엿보이는듯 했으나 결국 여야는 정치력 부재로 {회군} 시기를 놓친채 제 갈길을 갔다.
민자당은 11월25일 단독국회 소집을 강행했고 민주당은 대전에서 첫 장외집회를 갖는 것으로 대치정국의 불을 당겼고 급기야 새해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인 12월2일 강행처리와 실력저지라는 예고된 격돌을 맞게 됐다.결국 국회는 12월3일 정부.여당의 정부조직개편안 전격발표와 민주당의 부천집회에 이은 등원으로 외견상 정상화됐지만 그동안 방치했던 주요 법안을제대로 심의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일을 흘려 보냈다.
이번 정기국회가 회기반을 허송세월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기국회에서처리한 1백86개 법안에 불과 20여건 정도 적은 법안을 처리했다는 사실은역설적으로 졸속처리를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회기 막바지에 여야가 세계무역기구(WTO)비준동의안과 정부조직법개정안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처리키로 합의하고 끝내기의 모양새라도갖춘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탄핵소추안 항의하는 與, 미소짓는 이재명…"역사적 한 장면"
불공정 자백 선관위, 부정선거 의혹 자폭? [석민의News픽]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제2의 IMF 우려"
계엄 당일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복면 씌워 벙커로"
무릎 꿇은 이재명, 유가족 만나 "할 수 있는 최선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