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모과 2개와 국화 화분을 하나 샀다. 가장 기르기쉽다는 선인장 하나도 제대로 못기르면서 화분은 또 뭣하러 사왔느냐는 남편의핀잔에 가을이 깊어도 낙엽한번 제대로 밟아보지 못해서 집안에서나마 계절의 정취를 좀 느껴보려고 사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여름 물주기를게을리하다 두어개나 내다버린 선인장화분 생각이나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모과는 안방침대맡에,국화는 마루의 책장옆에 놓아두니 13평 작은 공간이 금새 향기로 가득찼다. 신께서 처음 꽃을 만드셨을때 제일 먼저 만든 꽃이 코스모스라고 한다. 그러나 만들어놓고 보니 너무나 갸날프고 연약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만드신끝에 제일 나중 만드신 꽃이 국화였다는 이야기가 있다.그만큼 완벽하게 만드셨기에 꽃모양이며 향기가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기에뭇 시인들의 싯구절에 유난히 국화가 자주 오르내리나보다.저녁내내 국화분옆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두살바기 딸아이도 국화옆을 맴돌며 꽃잎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무엇을 아는양 킁킁 향기도 맡아보곤하더니 이내 쌕쌕 잠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밤이 이슥하도록 잠이 쉬 오지않았다. 작은 풀꽃들도 봄,여름,가을,겨울 쉴새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데 나는 생활의 여유없음을 핑계로 씨앗조차 뿌리지 않았으니추수의 계절이 와도 무엇하나 거둘것 없어 빈손임에 한 해가 바뀔 무렵에야새삼 후회가 밀려왔다.자그만 꽃화분 하나가 이렇듯 온 집안을 그윽한 향기로 가득 채우는데 나는얼마만큼의 향기로 내주변을 채우며 살고 있을까? 혹시 서걱이는 갈대처럼빈 바람소리로 살고 있지는 않을까?
(대구시 서구 평리4동 신평리아파트 26동 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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