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가 미루나무 숲에 섰다. 푸르름과 고운 단풍빛을 자랑하던 그 자태는앙상한 모습의 겨울 나무가 되었다. 이른 봄부터 가지마다 연두빛 새싹 움튼제몸 가꾸기에 열심이었던 나무는 한여름 우리에게 좋은 그늘을 주었고, 가을에는 숲이 이루는 멋진 풍경화 한 폭을 또한 펼쳐주지 않았던가.이제는 맨살 드러낸 채 찬바람을 맞고 선 겨울 미루나무를 보며, 성장한 자식을 훌훌 떠나보내고 시골집을 지키는 어버이를 생각한다. 머리가 굵어지면서 보호와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자식을 그리며 겨울 긴 밤 잠못이루실 어버이가 아닌가. 하지만 철마다 채소, 양념 보따리 챙겨내시며 마디마디 굵어진 손이 아리어 밤잠을 설치고 계실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워할자식들은 그 얼마나 있을까.가끔 존속 폭행과 살해기사가 매스컴을 더럽힐 때면 그들의 비인륜적인 행동에 분노했으며, 그때마다 어버이께 소홀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사연이야어떠하든 자식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연말연시 따뜻한 온정의 손길로 채워진 골목골목의 미담들이 세상의 빛이 되어 밝게 빛날 때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소홀하지는 않았는가. 엊그제같이시작된 한해도 이제 몇시간만을 남겨두고 저만치 가고 있다.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 보며 내 어버이 마음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본다.마지막 남은 몇개의 마른 잎을 달고 하늘로 뻗은 미루나무 가지를 보며, 이시간에도 곁을 떠나 있는 자식을 간절히 그리워하고 계실 이땅의 겨울어버이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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