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⑧나는 긴 의자에 앉아 머리방아를 찧는다. 깨어보니 날이 밝다. 사무실 안은형사짜리들로 북적댄다. 그들은 시무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내 두손에는 아직도 수갑이 채여 있다. 인희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기요와짱구도 없다. 창문에 성에가 하얗게 끼어 있다. 꽃을 닮은 성에, 잎모양의성에, 수수열매 같은 성에도 있다. 나는 갖가지 모양의 아름다운 성에를 본다. 어릴적이었다. 여름 방학때면 아버지는 나와 누이를 데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적만 해도 아버지는 술을 덜 마셨다. 아버지는 산속에 텐트를 쳤다. 몇날 며칠을 우리는 산속에서 함께 보냈다. 아버지는 열심히 식물채집과곤충채집을 했다. 누이가 아버지를 도왔다. 아버지는 여러 도구를 가지고 있었다. 모종삽·가위·칼·휴대용톱·포충망·주머니·자루·핀 따위였다.식물채집은 꽃·잎·뿌리, 또는 꽃에서 뿌리까지 완전한 형태의 어린 풀이었다. 채집한 식물은 책갈피에 끼웠다. 처음은 돌로 그 책을 눌러두었다. 나중에 보면 표본은 종이처럼 납작해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중 잘된 표본만 골라마분지에 붙였다. 식물 이름과 채집장소, 날짜를 적어두었다. 산골 우리집에는 그런 채집품이 골방에 가득했다. 아버지가 성에는 채집하지 않았다. 나는집 뒤란에 있는 굴뚝에 생긴 성에꽃을 떼려한 적이 있었다. 떼어서 아버지께주려했다. 오빠, 그건 곧 물로 변해. 누이가 나를 보고 말했다. 점잖은 형사와 새파랗게 젊은 의경이 내 쪽으로 온다.
"갱생원이나 부랑아수용소같은 데 말구, 그 있잖아, 산림동 시립 장애복지원말야. 강서면 나가는 길 언덕배기에 거지같은 이층 건물 봤지? 거기루 가면그런 의사가 있을 거야. 검사원이 있던지. 거기서 진찰받게 하구 진단서나한장 끊어 와"
점잖은 형사가 의경한테 말한다.
"이 사람은 어떻게하구요?"
"일단 거기다 수용시켜 둬. 도망 못치는 데다. 변소 갈 때두 따라가야 한다고 말해. 넌 진찰 끝나구 이 치 어디다 넣는 것까지 보구 와"점잖은 형사가 주머니에서 열쇠묶음을 꺼낸다. 그는 내 손목의 수갑을 풀어준다. 수갑에 채였던 살갗이 까졌다. 그 부위가 쓰리다. 그동안 잊었던, 등줄기가 결린다. 일어서자니 종아리가 아프다. 점잖은 형사가 자리 책상 쪽으로 간다.
"이거 당신 옷이요?"
의경이 묻는다. 옆자리에 군청색 파카가 있다. 그가 입으라고 말한다. 나는파카를 입는다. 나는 의경을 따라 나선다. 경찰서 마당한쪽에 여러대의 순찰차가 있다. 그중 한 차 운전석에 순경이 타고 있다. 의경과 나는 뒷자리에탄다. 차가 경찰서를 빠져 나간다. 나는 다시 이곳으로 들어오고 싶지않다.가슴의 두근거림도 멎는다. 기분이 썩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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