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문득 조선시대말 실학자들의 개혁사상이 생각났다.아마도 그때와 지금의 우리사정이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개국초부터 쇄국으로 일관해 오던 이씨조선은 임진.병자 양란을 겪은후 사회질서가 극도로 황폐화, 대대적인 국가재편이 요구되고 서세동점을 시작한 서구의 신문물을 더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조선말 현재와 비슷**
이럴때 시대변화에 무력한 집권층 양반계급의 무능에 등을 돌린 양민을 대변,신진사류들이 정치 경제 사회서부터 서민생활에 이르기까지 의식과 제도개혁을 요구하며 나섰다.
이같은 상황은 마치 강대국들의 힘에 떠밀려 경제의 빗장을 활짝 열어야 하는 한편으로 해방후 불행한 과거사로 인해 미뤄져 온 민주화와 사회부조리척결이 발등의 불이 된 현재 우리의 처지와 별로 다른것이 없었다. 한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개혁을 앞장서는 주체가 그때는 양민과 재야지식인 이고, 지금은 정부와 행정이어서 목표의 실현은 지금이 훨씬 쉬우리라는 점일것이다.김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올해가 21세기를 준비하는 원년으로서 국제화를국정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교육 각분야의 국제경쟁력을 높여나갈것을 다짐했다. 특히 다음 세기 일류국가가 되기위해서는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자세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 했다.
하지만 회견 첫날이후 언론에 반영되고 있는 정치나 공직사회의 움직임은국제화의 준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가장 큰 이슈로 부상되고 있는 정치권의 개편과 부동산실명제 문제만 하더라도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신의 입지에나 연연하는 구태의연한 자세가 여전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한마디로 말해 총론격인 국제화의 고민과 몸부림은 안보이고 각론인 정치 행정개혁은 자리다툼이나 각부처간의 이해타산 따지기로 전락한 인상이란 말이다. 총론이 없는 각론은 비전없는 말싸움이나 낳을뿐 국제경쟁력제고와는 거리가 멀수밖에 없다.
**총론이 없는 각론**
하지만 우리의 국가경쟁력제고는 특히 경제부문에서는 실전상황이다. 몇년전부터 시작된 농산물개방의 경우 수입품의 홍수로 인한 국내 농산물값 하락으로 이제보호관세가 거론되는 실정이며, 곧 불어닥칠 금융 건설 교육시장 개방여파는 국내시장의 낙후로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소리가높다.
사실 소득 1만달러시대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우리의 총체적 경제실정은 지금당장 WTO체제에 동참하기 보다는 뒤로 미루고 싶은 사정이나, 그렇게 하면경제강대국들이 수출제재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니 GNP의 50%이상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어쩔수없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 솔직한 입장이다.이런 처지서는 각계각층이 한마음으로 뛰어도 {세계와 미래를 향한 힘찬 전진}(연두기자회견문 제목)이 될까말까한 터에 이를 주도해 나가야 할 정치와행정의 꼴을 보면 세계화라는 미명아래 경쟁국에 빗장만 열어주는 결과가 될것 같아 안타깝다.
**정치.정의 후진성**
비록 조선말 실학자들의 개혁운동은 당시 왕정과 양반계층의 자기기반 유지를 위한 반대로 실패했으나 많은 것을 남겼다. 그들은 우리중심의 역사를 다시 쓰고 한글문학의 기틀을 세웠으며 전통과 과학사상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더욱이 그들은 벼슬도 없고 있어도 미관말직에 있으면서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우국충정에서 개혁을 궁리하고 글을 썼다.
오늘의 우리 정치가 행정가들에게 이들의 실학정신이 조금이라도 깃들여 진다면 우리의 일류국을 향한 세계화의 전망은 한층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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