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둑산책-프로기사의 수입, 조훈현 9단

조훈현 9단은 지난 해 약 4억1천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94년11월30일 현재의 집계이니 12월 한 달의 수입을 합하면 좀더 늘어날 것이다.또 4억1천만원이라는 액수는 공식대국을 통한 수입만을 말하는 것이니 비공식 수입, 예컨대 지도료라든가 출장료, 광고출연료, 저서나 바둑강좌 비디오테이프 등의 인세 같은 것을 합하면 총수입은 다시 더 늘어날 것이다. 5억원선은 될 것으로 보인다.비공식 수입은 빼고, 공식수입에서도 우수리를 떼고 4억원이라고만 해도, 요즘은 걸핏하면 동네 아이들도 '억, 억' 한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꿈꾸기 어려운 액수이다. 도시 근로자의 평균수입이 월 1백70만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연봉으로 하면 2천만원 정도라는 얘기다. 조9단 나이쯤이면 회사에서도 간부급일 것이나 수입을 2배로 잡는다 해도 연봉 4천만원선이다. 그러니까 조9단은 보통 사람의 10~20배를 벌었다는 계산이다. 프로기사는 대단한직업이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만하다.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작금의 어린이 바둑붐이 과연 일리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프로야구와 비교해 보자. 우리나라 바둑팬이 1천만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그건 과장일 것이다. 어떤 레저나 스포츠의 동호인(팬) 숫자는, '그 분야의 전문 월간잡지×100'이라는 공식이 있다. 뒤집어 말해서 전체 동호인의 1~2에 달하는 사람이 정기적으로 전문잡지를 구독한다는 말이다. 바둑전문지로는 한국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바둑'이 대표적이므로 '월간 바둑'의 유가판매 부수를 참고로 해서 계산을 하면(부수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실례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둑팬 숫자는 적게는 3백만, 많게는 5백만, 그 사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그렇다면 프로야구팬이 바둑팬보다 많다는 것은 확실한일이다. 바둑은 스스로 어느 정도 둘 줄 알아야 팬이 될 수 있지만 야구는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팬이라고 자처할 수 있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연봉 4억이 된다는 사람은 아직 없다. 4억은 커녕 1억을 넘는 선수도 손꼽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선수생명으로 보아서도 그렇다. 프로야구는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기간이 잘해야10년 남짓이다. 15년쯤 되는 선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드물고, 20년을 채우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나이 40이 정년이라고 보면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