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장사람들-단골기쁘게하는 보람에 살지요

대구에서 비롯되어 대구사람들만이 그 참맛을 안다는 막창구이. 단골손님들이 먼저 알아주는 막창구이의 원조이자 25년간 막창구이집만을 운영해온 김연순씨(56)는 각박한 세태에 보기드문 장사철학(?)까지 가진 소박한 우리의이웃이다.김씨가 '막창구이'를 처음 개발해낸 것은 지난 69년경 지금은 없어진 대구시내 미도극장 부근에서 곱창집을 열었을때다. "말그대로 소창자 끝부위인 막창을 가져다가 끓여도 보고 삶아도 보고 별별 수단을 다써봤지요"이전에는 국물맛을 내기위해 곰탕 끓일때나 쓰이던 막창을 우연한 기회에 도축장 주변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별미구이 음식으로 만들어낸 것이다.지금은 애주가들 사이에 으뜸 술안주감으로 자리잡은 막창구이 맛의 비결은그독특한 장맛. "집에서 담근 생된장에 고추장과 물을 조금 첨가한 것뿐"이라고 둘러대는 김씨의 말과는 달리 막창맛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오랜 시행착오끝에 이끌어낸 특유의 장맛임이 분명한듯 하다.

"험하기로 소문났던 미도극장 근처에서만 22년간 막창집을 했지요" 서른전에홀로되어 오로지 딸하나를 보듬고 생계를 위해 차린 김씨의 음식점이었다.샛바람이 살갗을 저미는 겨우내 손발이 얼어터져가며 꾸려온 막창집. "그간의 고생이야...!" 모진 세월이 할퀴고간 두꺼비 등처럼 고랑진 손을 내밀어보이며 김씨는 씁쓰레한 웃음을 짓는다.

"단골손님들을 상대로 올곧게 장사를 해왔을 뿐"이라는 김씨가 지금의 '막창전문 황금식당' 자리인 대명동 영남전문대 정문 맞은편으로 이전해온 것은 3년전.

20여년간의 온갖 고생끝에 1백50평 남짓한 식당부지의 임자가 된 것이다.김씨는 근래들어 음식점간의 그 흔한 원조논쟁을 두고 "이해못할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찬다.

"음식맛을 보고 손님들이 찾는거지 원조니 뭐니가 다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황금막창집은 원조 어쩌구 저쩌구하는 화려한 간판조차 없다."다른집 어디를 가도 이집 막창맛이 안난다"며 한결같이 황금막창집을 찾는손님들은 거개가 10년 가까운 단골들. 20평쯤 되어보이는 식당안에 널찍히놓인 5개의 둥근 철판탁자,연탄불 위에 얹은 석쇠위로 피어오르는 자욱한 막창연기를 따라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의 정담도 무르익어간다.식당공간과 탁자수도 늘리고 시설도 좀 현대화할것을 권하는 손님도 많지만"그러면 단골손님들이 싫어한다"며 김씨는 철저한 단골위주의 식당운영을 고집한다.

투박스럽지만 다감한 분위기와 특유의 막창맛을 잊지않고 늘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막창은 새끼를 낳아 기름기가 적은 암놈보다 수놈것이 맛이 훨씬 뛰어나다"는 김씨가 도축장에서 하루 들여오는 막창은 20kg내외,소 50~60마리분이다."소막창은 맹물에 그냥 씻어내야 합니다.소금이나 합성세제를 쓰면 육질이삭아버리기 일쑤지요" 김씨가 나름대로 가공한 막창은 대부분 자체소비되지만 대구시내와 부산.거창등지까지 10여군데에 공급해주기도 한다.황금막창집의 막창구이맛은 우선 잡내가 전혀없고 육질이 연해 소화가 잘된다고 한다. 또 길쭉하게 썬 것이 모양부터 특이한데 기름기를 다소간 남겨놓아 한결 구수한 맛이 난다는게 단골손님들의 얘기다.

팍팍하고 모진 세파를 혼자 헤쳐나왔기 때문인지 불쑥불쑥 내뱉는 말투가 퉁명스럽기까지한 김연순씨. "원조라는 말따위에도 관심조차 없다"는 막창 외곬인생 김씨는 막상 단골들과 말문을 트면 소탈한 성품의 곰살궂은 이웃집아주머니에 다름아니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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