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16)

제1장 그늘진 곳의 생존 ?"책임지고 보호 관찰을 하시오. 하루에 한번씩 전화를 넣겠어요"의경이 한종씨에게 말한다. 한종씨가 알겠다며 건성으로 머리를 끄덕인다.의경이 돌아간다.

"하마, 조직폭력배 하수인께서 독방을 원하신다. 잘 모셔라"한종씨가 나를 상고머리짜리에게 인계한다. 씨름선수같은 녀석이다. 뭘 얼마나 먹어 몸집이 큰지 모르겠다. 그의 우람한 몸집을 보자 배가 더욱 고프다.하마는 찰흙색 제복을 입고 있다. 한손에 방망이, 한손에 열쇠꾸러미를 들고있다.

"따라와"

하마가 앞장을 선다. 열쇠꾸러미가 철렁철렁 소리를 낸다. 그가 이층으로 올라간다. 이층 복도가 썰렁하다. 어느 방에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철문마다 숫자가 붙어 있다. 철문 앞에는 신발들이 흩어져 있다. 운동화, 농구화, 고무신따위이다. 철문에는 크리넥스곽만한 시찰구가 있다. 어느 시찰구에서 깡마른 노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조각품 같다. 짧은 머리카락이 백발이다. 하마가 한가롭게 복도를 질러간다. 208이란 팻말이 철문에 붙어 있다.하마가 그 철문을 연다.

"신발을 벗어"

하마가 말한다. 나는 농구화를 벗는다. 발이 꺼멓다. 안으로 들어가라고 그가 말한다.

나는 방안으로 들어선다. 썰렁한 냉기가 코에 묻는다. 컴컴한 작은 방이다.벽지가 내발처럼 꺼멓다. 건너 벽쪽에 카시미론 이불과 요가 접혀져 있다.오줌 깡통도 있다. 베개도 하나 있다. 그 위 높다랗게 환기창이 나있다. 그들창에는 쇠막대가 세로로 질러져 있다.

"몰라, 쥐새끼가 나타나 친구 노릇을 해줄는지"

하마가 말한다. 그는 밖으로 나가 문을 닫는다.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나는 쪼그리고 앉는다. 합성수지 비닐 방바닥이 차갑다. 배만 고프지 않다면모든 조건이 행복하다. 작은 방이 마음에 든다. 컴컴해서 더욱 내가 보호받는 느낌이다. 나는 이렇게 어둠속에 혼자 있는게 좋다. 마음이 편안하다. 어깨가 시려온다. 등줄기도 당긴다. 함부로 물건을 쓰다 매를 맞은 적이 있다.나는 요를 깔고, 이불은 둘러쓴다. 절어 빠진 이불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고린내와 곰팡이 냄새다. 나는 세운 무릎에 이마를 댄다. 기요와 짱구는 어찌 되었을까가 궁금하다. 아슴아슴 졸음이 온다. 나는 잠에 빠져든다. 갑자기 복도가 시끄럽다. 나는 잠에서 깬다. 방마다 쇠문 여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내 방의 쇠문도 열쇠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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